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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그는 오래전부터 수첩에다가 자신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을 적은 뒤, 밤이면 그 수첩에 적힌 내용을 온전한 문장으로 고쳐 쓰는 훈련을 해왔기 때문에 자신에 대한 글을 쓰는 일이 그다지 낯설지 않았다. 하지만 하루에 일어난 일들을 공책에 적어나가는 일과 소설을 쓰는 일은 많이 달랐다. 소설 안의 모든 문장은 서로의 인과관계에서 단 한 순간도 벗어날 수 없었다. 개개의 문장은 모든 문장의 영향력 안에 있었다. 그 어떤 문장도 외따로 존재할 수 없었다. 짐작하겠지만, 그가 쓴 소설에는 그와 죽은 여자친구가 등장했다. 그는 자신과 여자친구에게 일어난 모든 일들을 문장으로 옮기려고 했으나, 처음에는 단 한 문장도 쓸 수 없었다. 억지로라도 문장을 써내려가기 위해서 그는 안간힘을 다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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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 달을 가서 설산을 넘으면, 김연수.



+ 내가 찾을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하고 있지만, 정말로 지금까지 이 모든게 과연 최고였는지 묻는다면 잘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히 최선의 선택을 하면서 살아왔다. 그렇지만 그것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목마름이 다시 찾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