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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위로

맥주와 나

김곰곰 2014. 5. 1. 13:44

"국가라고 칭하는 이상, 자기 나라 국기를 단 한공사 하나쯤 갖고 있지 않으면 얘기가 안 되지. 물론 제대로 된 프로 축구팀이 몇 개 있고 핵무기를 보유하는 것도 국가다움의 상징이 될지도 모르지만, 그런 건 그리 대단한 것도 아니야. 최소한 맛있는 자국산 맥주가 없는 곳은 국가라고 부를 수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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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 노트, 요네하라 마리. 마음산책.


 나는 기본적으로 개인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소속이나 단체가 없는 것 같다. 크게 나가면 나라도 마찬가지 인 것 같은데 내가 개인과 국민으로서 기본적인 예의와 의무를 다했을 때 그 이상 개인성을 침해하는 것이 싫다. 가족, 친구, 회사, 국가 다 포함. 

 외국에 나갔을 때, 외국인을 만났을 때 내게 한국인으로서의 국민성을 발견할 때가 있다는 것과 전쟁이 나면 그럼 나라 버리고 도망가겠냐 같은 질문에 대답하는 것을 별개로. 

 별개에 문제에 대해서 반대할 사람이 있을 것 같아 하나씩 이야기 해보자면 전쟁은, 우선 전쟁이 잘못된 것이다에서 출발한다. 어떤 나라가 다른 나라를 무력으로 침범한다는 것 자체가, 그래서 잘 살게 편안하게 해줄게 라고 하는 것 자체가 월권과 자기 중심주의적 사고이기 때문에 역시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개인이 개인답게 잘 살 수 있도록 하는 큰 흐름이 발전하면 나라도 그저 그 나라대로 살게 두면 된다. 누군가의 욕심과 이기심을 채우기 위해서 또는 문명화나 발전이라는 허울 아래 타인이나 타 국가의 주체성을 침범하면 안되는 것이니까. 

 약간 벗어났지만 같은 흐름에서 나오는 것이니까 그렇다면 발전을 위해 타인이나 타국을 돕는 기부나 교육에 대한 행위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국제 개발과 구호 활동 같은 것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것 역시 모르니까 내가 가르쳐주면서 너는 변화해야한다가 아니라 이런 이런게 있는데 혹시 지금보다 나은 방법으로 살고 싶니, 라고 물어서 그가 원할 때 그가 원하는 방법으로 해줘야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대답할 여력도 없는 사람이나 죽어가는 사람한테 그런 걸 물으라는 게 아니니까 구호와 계획이 있는 개발은 접근 방법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존엄성을 가지고 인간답게 사는 것이 중요한데 존엄성에는 그저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의식주 뿐 아니라 의식이 들어간다고 생각한다. 삶에 대한 필수조건이 채워지고 나면 사람은 반드시 자기 자신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니까. 

 다시 돌아와서, 맛있는 맥주가 없는 나라라서 무엇이 더 좋은지 늘 받아들이고 둘러보느라 우리 나라만의 기준이 없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좋은 건 맥주와 나라의 연관성을 이렇게도 찾을 수 있는 개인의 통찰. 정말 유쾌하지 않은가. 

 나쁘면 나쁘게 살게 해줘 라는 부분에 공감하는 것도, 많은 글을 읽으면서 여러 사람들과 만나면서 돈을 벌고 살아가면서 점점 더 드는 생각은 나는 어떤 사람인가에 대한 생각들이다. 시작은 우리 나라는 맛있는 맥주도 없구나 였는데 결국은 나 스스로가 기준과 기본을 가진 더 좋은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과 동시에 그래서 역시 무엇인가에 대한 강요, 감히 왜 그렇게 하는지 월권이 싫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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