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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처음으로 웃는 장면. 우울증으로 인해 회사를 쉬었을 정도이다 보니 그녀의 남편은 아주 살뜰하고 자상하게 그녀를 챙긴다. 하지만 대부분의 정신 질환과 마찬가지로, 심지어 술 취했을 때만 봐도 그런 것 처럼 나는 괜찮은데 아무도 나를 괜찮지 않다고 판단하고 조심스럽게 대하는 그 막. 투명하고 보드랍지만 좀처럼 잘 떨어지지 않는 것들. 그 조심스러움이 그녀를 숨막히게 했을 것이다. 과잉보호 좀 하지마 라고 소리 치고 노래 볼륨을 키고는 웃는다. 싸우지 않고 웃는 방법으로 하나를 넘어섰다. 

 


그녀는 복직을 위한 몇 번의 시도 중에 상처 받기도 하고 힘을 얻기도 한다. 이제는 아니라고 낙담할 때 그녀를 끌어올려준 것은 그녀를 찾아와준 친구와 언제나 그녀 곁에 있어주는 남편. 영화 내내 그녀는 거의 물과 약만 먹는데 처음으로 그녀가 뭔가 먹고 싶어한다. 먹고 싶어졌고 안고 싶어졌다. 그것만으로도 삶은 충분한 걸지도.



우리는 언제나 무언가를 선택하고 결정하는데, 가장 주체적으로 해야하는 결정들에서 우리는 가장 크게 혼란스러워하는 것 같다. 하지만 모든 문제는 한 발짝 떨어져서 보면 보다 단순해지기도 한다. 그러나 역시 간단해보일 뿐 쉽지 않고, 누구도 누구에게 감정이나 선택을 강요할 수 없다. 덕분에, 때문에 결정할 수 있었던 문제들을 생각해보면 언제나 터무니없을 정도로 영향력이 작거나 비합리적으로 보였던 적도 있었던 거 같다. 잘 생각해보면 전혀 없던 결정을 내릴 수는 없는 법, 다만 나도 모르는 사이에 전혀 생각지도 못한 기회나 사람 속에서 알고 있었지만 모른 척 했던, 지나쳐왔던 것들을 돌아보는 기회가 생기기도 한다.





제일 좋았던 장면. 친구와 남편과 같이 록을 들으며 반짝이는 터널을 향해 들어가는 씬. 이 영화에서 산드라가 환하게 웃는 장면은 몇 장면 안되다보니 기억에 남기도 하고. 이 영화는 회복에 관한 영화라는 생각이 든다. 

 


첫 날의 기록 - 좋은, 잔잔한 영화를 한편 보고 싶었다. 오늘의 선택은 내일을 위한 시간. 아무래도 예능으로 굳어진 1박 2일에 대한 이미지 때문에 새로운 제목을 고민했던 거 같은데 내일, 내 일이라는 중의적인 의미로 잘 번역한 듯 하다. 원제와는 상당히 많이 떨어져있지만 좋은 번역이 아닐까. 영화를 보며 들었던 생각들은 새해에 정리해야 할 듯. 어제부터 코랑 목 사이가 붓는 거 같더니 오늘은 침 삼키기 어렵고 배탈에 체끼까지 T_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