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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 /마닐라

160120 : Cutler and gross

김곰곰 2016. 1. 21. 12:08
이름 읽는 건 일본어도 어려웠지만 영어는 더 하다. 일본어가 한자를 여러 음으로 읽을 수 있어서였다면 영어에는 빌려온 단어도 많고 읽는 방법이 너무 다양한 거 같다. 물론 내가 아는 영어 이름의 종류가 한정적이라 상상력을 발휘하기 어려운 게 가장 큰 이유. 신문이든 책이든 심지어 브랜드든, 많이 볼 일이다. 

찾아 헤맨지 몇 년만인지 기억도 안나고 드디어 제대로 된 아이를 데려왔다. 방콕에서 봤던 거 보다 싸게 살 수 있어서 행복함 T_T 여행이고 기분이다! 하고 사지 않길 잘했다. 어제는 역시 고민했지만 집에 와서 볼수록 예쁜 거 같아서 마음에 드는 것 같다. 필사적으로 노력할 항목은 아니지만 그래도 언젠가 끝내야하는 숙제처럼 여행 갈 때마다 하릴없이 면세점에 들리던 시간을 끝낼 수 있어서 좋다. 

옷이나 가방이나 기타 등등 나를 치장하는 것에 대한 관심이 미미해져가는 거 같다. 대신 조금 더 많이 생각하고 정말 마음에 꼭 드는 것만 사려고 고민이 늘었다. 이 고민이 꼭 좋은 건 아닌게, 언제나 한정된 금액 안에서 소비를 해야하다보니 뭘 살까로 시작해서 사야하나로 돌아가버린다. 그러면 결국 안사버리는 경우가 많은데 이건 사치품이 아니라 필수품에도 해당되서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살게 되는데 종종 울적해지기도 한다. 어째서 나에게는 소비는 이렇게 어려운 일인지 모르겠다. 과소비는 죄책감을, 절약은 궁색함이 주는 괴로움을 주니 말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인생에 꼭 필요한 것는 그렇게 많지 않다는 것. 직접 만드는 가벼운 가방이나 소재가 좋은 한 두벌의 옷, 발이 편해서 자주 신게 되는 몇 켤레의 신발. 시간과 가치를 생각하되 그 안에서 나의 유희적 즐거움을 찾고 싶다. 예를 들면, 여전히 내가 무언가 만들 수 있기를 바란다. 가능하면 가볍게 살고 싶은 마음과 물욕이 줄어드는 주기가 같은 것은 감사한 일인 거 같다. 하지만 결국 질량은 보존되는건지 나를 둘러싸고 있는 것들, 특히 주방용품에 대한 관심이 날로 커져서 맛있는 버터도 사고 싶고 좋은 칼도 가지고 싶고 식빵을 업그레이드 시키는 토스트기도 가지고 싶어졌다. 헿 어쩌지. 하지만 먹고 사는 일은 중요하니까 양보할 수 없지 않나, 그러나 역시 기본부터 차근차근. 냄비랑 밥솥이 우선이겠지.

결론 영어와 소비는 어렵다. 세일 최고! 잘 살고 볼 일이다. 선그라스 구매에 협조해주신 신랑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일기 끝.

커틀러 앤 그로스

그레이엄 커틀러와 토니 그로스 두 사람이 1969년에 만든 안경 브랜드. 영국에서 시작했고 주로 이탈리아에서 손으로 만들고 있다. 비싸긴 하지만 핸드메이드고 그래서 몇 개 없다는 게 좋다. 한국에서는 아직 공식 수입하는 샵이 없는 모양인데 방콕이나 마닐라가 한국에 비해서 이렇다 저렇다해도 수입 상품의 종류는 훨씬 많은 듯! 게다가 이런 비주류 브랜드는 편집샵에 입점하기 때문에 비쌀 때는 비싸도 판매가 부진하면 다른 브랜드를 교체하기 위해 소량 재고에 한해서 세일을 하는듯! 실제로 나는 방콕에서 마음에 들었으나 가정 경제를 생각해서 참고 돌아왔는데 마닐라에서 25% 언니의 계산 오류로 추가 1% 할인받고 구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