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날 길을 헤매느라 돈까지 다 내고도 선셋 세일링을 놓쳤지만 다행히 수많은 호객인들 중에서 한 명이 우리 담당이었던 주주를 찾아주었다. 그래서 다음 날로 기약하고 호핑 투어, 선셋 세일링까지 꽤 저렴하게 완료. 날씨도 좋았고 하루는 바다에 앉아, 하루는 배 위에서 이틀 내내 멋진 선셋을 볼 수 있었다. 필리핀 사람들에 대한 감정은 한 마디로 정리하기가 어렵다. 선한 거 같음, 믿음, 가만히 보면 체계 없음, 실망할 뻔 함, 악의도 없음, 하지만 이해할 수 없음, 그러나 착해서 나쁜 생각했던 나를 반성하게 됨, 하지만 역시 이해하기 어려움. 이런 사이클로 반복됐다. 이번 세일링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아마도 이 사람들과 이 나라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런 반복이 필수인걸까. 이해할 수 없는 걸 이해하려는 노력은 무의미한게 아닐까 생각했다면 여행이라는 건 무의미하기 짝이 없는 행동일 것이다. 하지만 더 많이 이해해보고 싶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시작한 여행이었으니까. 생각해보면 이해할 수 없는 건 필리핀이나 필리핀 사람만은 아닐 것이다. 한국에서도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은 많고 심지어 내 가족조차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때가 있으니까. 그 중에서 내게 적합한 것, 내가 견딜 수 있는 걸 찾아가며 그 곳에 뿌리내리고 살 수 있으면 좋겠다. 이미 그 여정을 함께할 친구이자 가족은 찾았으니까 이제는 그 곳과 그 일을 찾으면 된다. 나는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장소는 더운 데 한 번, 추운 데 한 번, 사계절이 있는 데 한 번 이렇게 얼마든지 옮겨가면서 살면 되니까 그렇다고 치지만 일은 어떨까. 생각해보면 이렇게 옮겨다니면서 할 수 있는 일이나 쉬었다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성질이 내가 가져야 일의 첫 번째가는 조건인지도 모르겠다. 오늘 아니면 내일할 수 있어서 좋은 날들이다. 시간이 있다는 건 마음에 공간을 갖게 해주는 일. 돈을 벌기 위해서 내 일이 아니라 남의 일을 하다보면 미안해서 필요 이상으로 열심히 하게 되는 거 같다. 그렇게 매일 일정에 쫓기면서 살아가면 역시 오늘보다는 내일을 먼저 생각하게 되는 거 같다. 회사를 다니는 것 말고 내 일을 하게 된다면 지금 같은 마음 가짐과 속도를 유지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충실한 매일이다. 


' > 보라카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160129-31 : 참 아름다운 섬  (0) 2016.02.01
160131 : 드니위니비치  (0) 2016.02.01
160131 : 신선 놀음   (0) 2016.01.31
151227 : Prepare for Boracay  (0) 2015.1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