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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좋아해본지가 오래된 것 같은 기분이다. 자잘한 돈을 쓰는데 실패하고 나면 늘 기분이 좋지 않다. 지나고 나면 그런 건 아무 것도 아니라는 걸 잘 알지만 그래도 의기소침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가을이 온 걸 성큼 느낄 수 있던 날씨. 하늘이 말할 수 없이 높고 바람이 무척 서늘해졌고 비가 몹시 세차게 내렸다. 알 수 없는 공원은 너무 좋았고 요란한 축제는 볼 것이 적었다. 비가 오고는 말수가 적어졌고 돌아와서 신랑은 짧은 잠을 청했고 나는 만족을 위해 다시 시간을 허비했다. 누군가는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없으니 마음에 드는 옷 정도는 척척 사입자고 하던데 그것도 멋진 일이다. 나는 돈을 쓰는 데 고민이 많고 대부분의 날은 인색하다. 무엇이 내 인생을 가치 있다고 여기게 해줄까. 한동안은 무언가, 아무 것도 되고 싶지 않아서 괴롭지 않았다. 대체로 행복하고 가벼운 날들이 지나고 무언가 되어야 한다는 강박이 나를 몰아세우고 있다. 아직은 저 멀리 있지만 겨울이 온다는 건 금새 봄이 오고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될 것이라는 거고 또 한 살 나이를 더하게 된다는 것이다. 나이를 먹는 건 어쩔 수 없지만 그 때에 해야할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지나가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문장이 또 떠오른다.
그 밖이 오늘은 밥을 하다 손을 베었다. 비가 많이 오고 밖은 컴컴하고 우리는 따뜻한 침대 속이라 다행이라 생각하기도 했다. 느즈막히 일어나 저녁을 먹으러 트레인을 타러 갔다가 30분이나 쉬지 않고 이야기 하는 프랑스 혈통의 시드니 여자를 만났다. 꽤 드문 경우였다는 생각이 든다, 그 친구가 소개해준 시드니의 식당에 가보고 그 친구에게 메일을 보낼지 고민해보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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