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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 /다시 서울

10월 3일 : 2192째

김곰곰 2017. 10. 3. 01:47

2011년이면 지금으로부터 6년 전, 그러니까 스물 일곱살. 우리가 처음 만났던 날이다. 나랑 어디 갈래? 하는 말에 곧바로 응 이라고 대답하자마자 서울을 벗어나 충주호까지 갔던 날이다. S하고 J하고 같이 갔는데 셋은 이미 잘 아는 사이고 나는 다 모른 채 멀리까지 갔다. 차에서 아는 노래가 나와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었던 기억이 난다. 약간은 외로운 기분이 드는 하루였다는 것도. 이 다음에 다 같이 산에 가자고 얘기했었는데 두 사람은 못가게 되서 만난지 얼마 안됐을 때 둘이 여행을 가게 됐었다. 그날 서방이 믹스 커피를 마시고 체했을 때 등 두들겨줬을 뿐인데 그게 고마웠다고 했었지. 가는 길에 사과도 나눠먹고 밤에는 카스도 나눠 마셨다. 그 뒤로 계속 우리는 만났고 그해 빼빼로데이, 크리스마스를 같이 보내고 며칠부터 사귀자는 말도 없이 지금까지 잘 살고 있다. 6년 후 오늘, 추석이라 전을 부치러가게 될 줄이야. 사람 일은 정말 모르는 것이구나.

뭘 하고 살아야될지는 모르겠는데 어떻게 살고 싶은지는 알고 있다. 이걸 적어보려고 하다가 오늘이 10월 3일이라 옛 생각이 났다. 이십 대 중반부터 삼십 대 초반까지 우리는 같이 지냈다. 만나면서, 살면서 어떻게 살면 좋을지 서로가 생각하는 게 비슷해져간다. 처음엔 생각도 못했던 부분들까지 생각보다 잘 맞아서 서로에게 화낼 필요가 거의 없는 우리들. 이 관계에 무척 감사하다. 서로가 필요한 만큼 돈을 벌기, 저녁과 휴일이 있는 삶, 지금은 두 명이고 나중에 몇 명으로 늘거나 그렇지 않거나 가족이 함께하는 삶, 자연과 가까운 생활. 캠핑도 하고 여행도 가는 삶. 가능하면 예쁘고 꼭 필요한 것만 지니고 사는 생활, 맛있는 밥과 빵과 음식을 해먹고 사는 삶. 밥은 가능하면 꼭 함께먹는 매일. 서로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잘 알고 있는 삶. 여기가 아니라 다른 지방, 다른 나라여도 같이 있다면 괜찮은 삶. 서로의 가족에게 잘하며 살 수 있기를 바라는 삶. 그 가운데 서로 믿고 무엇보다 건강할 것. 편안하고 나다운 옷을 입고 사는 생활. 비교하기 보다는 무엇이 중요한 지 생각하고 원점으로 돌아올 수 있는 곧은 마음을 가질 것, 우선 생각나는 건 이런 것들이다.

가을이고 바람이 차고 달이 둥글다. 한해가 벌써 이만큼 지나가고 있구나. 남은 시간을 잘 보내고 싶다. 내게 필요한 건 능력. 차분히 때를 기다리면서 밤송이처럼 여물어가야지. 이렇게 시간이 있다는 건 얼마나 좋은 일인지. 좋은 마음으로 생각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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