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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묘에 구경을 갔다. 커다란 나무 바구니랑 유리컵 같은 걸 사고 싶었는데 주로 옷이 많아서 구경을 슬슬 하고 걸어서 이런 게 여기 있구나, 나중에 올 일이 있으려나 하면서 걸었다. 옷 만드는 걸 배우고 있다보니 걸어오는 길 마다 보이는 도매 상가, 신발 상가, 가방 상가, 부자재 상가, 기계 주름 잡는 집들이 다르게 보였다. 하긴 그동안은 걸어본 적 없는 동네기도 했고. 광장시장에 가서 빈대떡에 막걸리나 한잔 하고 집에갈까 하고 시장에 들어섰는데 세상에 사람이 어찌나 많은지 시장을 빠져나가는데만 이십분이 넘게 걸렸다. 신랑이 있었던 경찰서 앞에 가서 이게 벌써 십년 전이네 하고 곱창에 소주 마시면서 데이트 기분도 만끽했다. 저마다의 삶이 있는거지.



It will explain itself one of these days.
(지금은 알 수 없지만) 그건 스스로를 설명할거야 가까운 어느 날에, 그래서 조만간 알 수 있을거야.

I love it when little puzzle pieces drop into place like this.
나는 그런 걸 좋아해, 왜 있잖아 작은 퍼즐들이 맞아들어가는 느낌!

+ 어떻게 뭐하면서 살아야할지 모르겠어서, 진짜 모르겠어서 심란한 날들이다. 대부분 모르겠어 라고 말하지만 사실은 하고 싶은 게 있었는데 지금은 정말 아니다. 좋아하는 게 일이 될 수 있을지, 재미있는 것만으로는 부족한건 아닌지, 잘 할 수 있을까. 잘하면 좋지, 만약에 이거라면 너무 많이 돌아온거겠구나, 그런데 아니면 뭘 해야하지, 아니야 그래도 생각하는 걸 다 만들어낼 수만 있다면 그걸로 충분히 좋은거잖아, 이런 저런 생각들을 하루도 빠짐없이 하고 있다. 거의 매일 쉬고 있지만 전국민이 다 쉬는 날이 되니 평범한 고민들이 더 가까이 다가온다. 올 3월 부터로 하면 교육과정이 끝나는 내년 4월까지는 꼭 1년이 되는 건데 생각해보면 반년 이상은 무언가 배웠으니 허송세월하는 것도 아닌데 자꾸만 뭘 더 해야될거 같은 마음이다. 영어 점수 만큼은 꼭 따둬야지. 다이어트도 이번에 진짜로 해야할 거 같은데. 분명한 것들부터 해야되는데 난 왜 이렇게 게으른지 ㅠㅠ 사실 지금 내가 하는 고민은 지금 하지 않아도 언젠가 할 고민으로 언제나 해왔던 것이지만 본격적으로 실행 해야한다고 생각하니 솔직한 마음은 한 2년 정도 이름있는 안정적인 회사에서 월급 받으며 이런 생각없이 살고 싶다. 애사심 비슷한 것도 느끼고 또 스트레스 받을 땐 회사 탓을 하면서 월급 날을 기다리며 때가 되면 해외여행도 가고 양가 부모님께 효도도 하고 임신도 하고 그런 생활을 하고 싶기도 하다. 절대적인 건 아니고 하고 싶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고. 언제나 이 막연한 마음, 되면 좋고. 이 마음이 아니라 분명해지는 일이 생긴다면 그게 내가 해야할 일이 될거라는 것만은 분명하다. 회사 생활은 잠시뿐이라는 걸 알기 때문에 더 나이가 들어서 생각하기 시작 하면 지금보다 훨씬 더 모르는 게 많아질 것 같다. 두려워도 지금 부딪치고 극복하면 분명히 회사를 그만 두기 전에 있던 매너리즘, 더해서 지금의 게으름 같은 건 없어질테니. 이런 고민을 하면서도 신랑을 너무 사랑해서 마음이 충만한 밤이다. 이 사람과 사는 매일이 내게는 너무나 큰 즐거움과 안정감을 주어서 이것만으로도 내 인생에 복은 충분하다는 생각이 든다. 신랑이 속이 안좋은지 이틀 째 방구를 붕붕 끼고 있는데 그럴 때마다 겸연쩍어하면서 왜 자꾸 속이 안좋지, 하고 말하는데 그럴 때마다 더 귀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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