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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 /다시 서울

10월 6일 : 어깨를 툭툭

김곰곰 2017. 10. 7. 02:25

오늘은 친정에 다녀왔다. 결혼하고 서울에서 맞는 첫 추석. 시댁에는 진작 다녀왔고 친정은 동생이 내내 와있어서 컨디션을 보고 움직인다고 오늘에야 다녀왔는데 그 마저도 아주 짧은 시간이었다. 컨디션은 괜찮았는데 차를 타고 나가고 싶다고 보채는 바람에 점저로 피자와 김밥을 나눠 먹고 다같이 액션 영화를 한 편 보려던 계획은 물거품이 되었다. 그래서 갑자기 아빠에게 안녕을 고하고 엄마는 저녁 찬거리를 챙기고 동생은 양말을 신고 나와 신랑도 등 떠밀려 신발을 신고 나왔다. 오랜만이지만 익숙한 엄마가 운전하는 차에 동생이랑 신랑이랑 함께 타고 강남까지 왔다. 동생이 오랜만에 불빛이 반짝이는 도시를 보고싶어한다는 말에 속아 넘어가는 척 타고 헤어지는 아쉬움도 조금 미룰 겸 편하게 타고 왔는데 언제나 헤어질 때가 힘든 동생인데 다른 날과 다르게 내가 내린다고 서운해하거나 다시 타라고 하지 않고 내릴 때가 되니 내 왼손을 꼭 잡고 그 손을 끌어당겨 신랑의 왼쪽 어깨를 쳤다. 아마도 이제 누나에게는 다른 보호자가 생겼다는 걸 인지한 것 같았다. 집이 멀어서 그때마다 엄마랑 동생이 나를 데려다주기도 하고 자주 데리러 와주었다. 함께 집에 돌아가는 날이 훨씬 많아서 나를 어딘가 내려주고 돌아가는 길이 익숙하지 않았을텐데, 일년도 넘게 내가 없는 동안 기다리고 궁금했을텐데 그래도 익숙해졌던걸까. 나에게는 언제나 어린 아기 같고 마음이 아픈 애틋한 동생이지만 사실 신랑과 동생은 특별한 유대관계랄 게 없다. 결혼 전에도 철이가 아파서 병원이었고 결혼하고는 우리가 외국으로 갔으니까 절대적인 시간도 부족했고 물리적으로 멀었다. 오자마자 집에 가는 일이 있을 때마다 신랑이 동생 안부를 묻고 둘이 서로 불편한 기색 없이 만났다. 당연한 일이지만 둘 모두에게 그게 참 고맙고 늘 고마웠는데 아마 이제 누나 옆에는 내가 아니라 매형이 있는거구나, 하고 느낀 거겠지. 마음이 짠해서 혼자 눈물을 훔치는 긴 연휴의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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