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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일기

12월 20일 : 스물 일곱

김곰곰 2017. 12. 20. 13:58

​이틀 전 저녁은 몸이 너무 안좋았다. 계속 토하고 힘이 들었다. 어제도 열 시간 넘게 자고 일어나도 몸이 안 좋았다. 그래서 집에 오는 이른 저녁에 신랑에게 그 얘길 듣고도 믿기지 않고 멍했다. 일어나서 또 토하고 울렁거리는 위와 목 구멍을 진정 시키면서 엄마아빠가 있는 집에 갔다. 나에게는 신랑이 있고 우리가 함께 사는 집이 있는데도 엄마 아빠가 식사를 하고 티비가 틀어져있는 작은 집에 가니 안도감이 들었다. 우리 집엔 없는 티비를 멍하니 뉴스를 계속해서 봤다. 몇 번 이고 채널을 돌려도 조금 있으면 종현이 이야기가 나왔다. 아마도 반복해서 보다보니 더 생각하게 된 거 겠지만 나보다 어린 사람이 사는 게 너무 힘이 들어서 죽었다는 게 마음이 몹시 아팠다. 구월부터 지금까지 올해 새로 만나 친해진 동생들이 스물 다섯, 여섯, 서른 살. 회사가 아니라 아주 오랜만에 그 나이 대 친구들을 만나고 그 나이 때 나는 어땠는지 자주 생각했었던 겨울이었다. 그만한 나이의 친구가 죽었다고 생각하니 허망했다. 태어나자 마자 안아보지도 못하고 인큐베이터 속에 있다가 숨을 거둔 아기들도 안타깝고 잘 키워놨더니 힘들어서 극단적인 선택을 한 종현이도 마음이 아팠다. 내가 스물 일곱 살이었을 때 적극적으로 죽을 용기는 없었지만 아침마다 눈뜨고 싶지 않았을 때도 생각났다. 그래서 더 마음이 쓰였는지도 모르겠다. 아무도 없는 집에서 사랑해 이 말 밖엔 이 노래를 듣다가 펑펑 울었다. 너무 예민해서 다들 그러고 산다는 걸 받아들이지 못했겠지만 그래도 죽지 않았다면 좋았을텐데, 그 시기를 한 번 지나면 또 그럭저럭 살아지고 그러다보면 그 때는 생각할 수 없을만큼 좋은 순간도 오는데 그 나이에 죽은 게 너무 마음이 아프고 가엽다. 수고 했고 고생 많았다고 이제는 편하게 쉬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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