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대충 풀면 답이 나올 것 같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티셔츠, 원피스, 청바지, 치마, 코트, 셔츠 등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는 옷은 한두가지가 아니다.


옷은 `그` 사람이다. 옷과 사람, 둘 사이 조화가 이루어지면 개성을 가진 스타일로 발전하는 것이다. 옷의 조화는 자신감을 낳는다. 자신감은 에너지를 공급하고, 에너지는 기운이 아름답게 보이도록 발열한다. 풍부한 표현은 긍정적인 에너지로 전환되어 영감의 문을 연다. 다행인 건 옷이 사람의 전부를 말해주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옷 이전에 인성이 있다. 옷의 보호자는 인성이다. 톨스토이는 "몸에 꼭 맞는 옷을 입기보다는 양심에 꼭 맞는 옷을 입는 것이 좋다" 는 말을 했다. 옷을 주무르는 것은 결국 사람이다. 옷이 사람보다 앞서 설치면 그다지 멋지지 않다.

`패션는 살 수 있지만 스타일은 갖고 있는 것` 이라는 에드나 울만 체이스(1914-52년 보그를 이끈 편집장)의 명언은 스타일의 의미를 곱씹게 한다. 그녀의 말처럼 스타일은 쉽사리 구할 수 있는 물건이 아니다. 패션은 도처에서 팔리고 있지만 스타일는 각자 찾아내 만들어야 한다. 스타일은 기억과 추억, 성장 배경, 경험, 느낌, 체형, 성격, 취향, 감성 등이 복합적으로 뒤섞인 결정체다.



사람들은 마음에 드는 옷을 입는다. 마음에 든다는 건 좋아한다는 뜻이다. 즐겨입는 옷을 분석해보면 취향이 도출된다. 더 나아가 취향의 근원을 살펴보면, 그 뿌리는 어린 시절로 이어진다.




























-
옷 이야기, 김은정. 아트북스.




-
이 책을 신간으로 받았을 때다. 작은 판형의 책이었고 스타일 책인데 사진이나 그림보다 글이 많았다. 한참 스타일과 패션에 대한 책이 붐이었고 예술 베스트는 다 그런 책이었다. 한 번 읽고 나면 두번 세번 읽을 책은 아니었다. 어찌보면 기본서라기 보다는 변형을 가한 참고서 같은 책들이 대부분이었지만 그래서 새로운 사진이나 못보던 그림을 넣고 금방 팔고 금새 사라졌다. 이 책은 소위 말해서 눈이 가는 화려한 패션 책은 아니었다. 책 자체도 하얀색에 깨끗했고 글도 단정했다. 나는 나의 성향이나 판단과 책의 가치보다는 겉보기에 팔릴 책에, 200부 300부 받아서 공급율을 잘 줄 수 있는지에 급급했다. 물론 그것도 잘못된 일은 아니다. 그게 회사의 이익에 부합하는 그 자리에서 내가 해야할 일이니까. 하지만 나는 공급 조건이 좀 안좋더라도 좋은 책을 소신껏 몇 백부 받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이 일을 처음 할 때는 생각했던 것 같다. 당장은 수요가 없더라도 좋은 책이라면 단 몇 부라도 더 깔려서 누군가라도 읽을 수 있도록 말이다. 그 자리에서 일을 한다는 것은 그럴 힘이, 바잉파워가 있다는 걸 의미하는 거니까. 각설하고, 이 책을 집에 와서 읽어보고는 일을 일로 해서는 안된다는 걸 깨달았다. 한참 치이고 그렇게 틀에 박힌 일을 하고 있었다. 누가 해도 크게 달라지지 않는 게 시스템이고 그게 장점이자 맹점이지만 내가 나로 있어서 가지고 갈 수 있는 가능성을 발휘해야한다는 것을 느꼈다. 글을 참 맛깔나게 쓰는 그리고 자신의 생각의 분명한 에디터라고 생각했다. 다음 책이 나온다면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