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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당시 나는 그런 쓸데없는 일에 싫증을 내기보다는 오히려 무료한 일상에 괴로워하고 있었다.
나는 이런 식으로 자주 선생님으로부터 반갑지 않은 거리감을 느꼈다. 선생님은 그 점을 눈치채고 있었던 것도 같고, 전혀 눈치채지
못했던 것도 같다. 나는 그 후로도 자주 섭섭함을 느꼈지만 그런 이유로 선생님과 소원해질 생각은 전혀 없었다. 오히려 그와는 반대로 섭섭한
마음이 들려고 할 때마다 더 가까이 다가가고 싶었다. 더 다가가면 갈수록 내가 예상하는 어떤 것이 언젠가 눈앞에 모습을 드러내게 될 것이라
생각했다. 나는 어렸다.
하지만 모든 인간에 대해 젊은 피가 이렇게 솔직하게 들끓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나는 어째서 선생님에
대해서만은 이런 생각이 드는지 나 자신도 알 수 없었다.
나는 처음 선생님을 뵈었을 때부터 왠지 가까이 다가가기 어려운 묘한 분위기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어떻게 해서든 가까워져야겠다는
의지가 내 가슴속 어디선가 강하게 발동했다. 선생님을 상대로 이런 느낌을 가진 사람은 어쩌면 나 혼자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직감이 나중에
사실로 입증됐기 때문에 나는 다른 사람들이 유치하다고 하더라도, 바보 같다고 비웃더라도 그것을 미리 예견한 나의 직감에 대해서는 아무튼
믿음직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인간을 사랑할 수 있는 사람, 사랑하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는 사람, 그러면서도 자신의 품안으로 들어오려는 것을 두
팔 벌려 껴안을 수 없는 사람 ㅡ 그것이 선생님이었다.
나는 그저 버릇처럼 선생님을 찾아뵈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때의 나의 태도는 내 생활 가운데[꾸준하고 성실했다는 점에서] 오히려 높이 살 만한 것이었다. 나는 전적으로 그러한 나의 태도 덕분에 선생님과 인간적인 따뜻한 교류가 가능했던 것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나의 호기심이 약간이라도 선생님의 심중을 관찰하려는 기색을 보였다면 두 사람 사이를 잇는 공감의 실은 그 즉시 끊어지고 말았을 것이다. 어렸던 나는 나의 그런 태도를 전혀 인식하고 있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높이 살 만하다고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만약 내가 내 안에 눈을 떴다면 어떠한 일이 우리 두 사람 사이에 벌어졌을까. 나는 상상만 해도 소름이 끼친다. 그렇지 않아도 선생님은 차가운 눈으로 연구되는 것을 늘 경계하셨다.
"나는 외로운 사람입니다." 하고 선생님은 말씀하셨다. "그래서 당신이 나를 찾아와주는 게 기쁩니다. 그래서 왜 그렇게 자주
오느냐고 물은 겁니다."
"그건 또 무슨 말씀입니까?"
(중략)
"나는 외로운 사람입니다." 라고 선생님은 그날 밤 다시 한 번 이전에 하셨던 말씀을 반복하셨다. "나는 외로운
사람입니다만 때에 따라선 댁도 외로운 사람 아니오? 나는 외로워도 나이를 먹었으니 흔들리지 않고 견딜 수 있지만 젊은 당신은 다르지요. 움직일
수 있는만큼 움직이고 싶을 거요. 움직이면서 무엇엔가 충돌해보고 싶을거란 말이오."
"전 조금도 외롭지 않습니다."
"젊은 것만큼
외로운 것도 없지요. 그렇지 않다면 왜 당신은 그렇게 자주 날 찾아오는 겁니까?"
"내가 잘못했네. 화를 내고 나와서 집사람이 많이 걱정하고 있을 거야. 생각해보면 여자들이란 참 가여운 존재야. 내 집사람은 나
이외에 달리 기댈 곳도 없으니까 말이야."
"나는 이 세상에서 여자라는 존재를 단 한 사람밖에 몰라. 집사람 외에 다른 여자는 나에게 여자로 받아들여지지 않거든. 집사람도 나를 하늘 아래 단 하나뿐인 남자로 생각하지. 그리 보면 우리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운명으로 태어난 한 쌍이어야 하겠지."
-
마음, 나츠메소세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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