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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위로

부질없이 당황한다

김곰곰 2012. 1. 24. 20:08
「비극」 
                                                                   정지용
 
 

「비극」의 흰얼굴을 뵈인 적이 있느냐?
그 손님의 얼굴은 실로 미美하니라.
검은 옷에 가리워 오는 이 고귀한 심방에 사람들은 부질없이 당황한다.

실상 그가 남기고 간 자취가 얼마나 향그럽기에
오랜 후일에야 평화와 슬픔과 사랑의 선물을 두고 간 줄을 알았다.
그의 발옮김이 또한 표범의 뒤를 따르듯 조심스럽기에
가리어 듣는 귀가 오직 그의 노크를 안다.
묵墨이 말러 시가 써지지 아니하는 이 밤에도
나는 맞이할 예비가 있다.
일즉이 나의 딸하나와 아들하나를 드린 일이 있기에
혹은 이밤에 그가 예의를 갖추지 않고 오량이면
문밖에서 가벼히 사양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