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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위로

지구전이라..

김곰곰 2012. 1. 29. 19:10

"농담하지 마. 난 지금 시합 중이라구. 볼일이 있으면 끝날 때까지 기다려. 오늘은 절대로 오래갈 거야……."

 "투지가 대단하구나."

 "그래, 난 근성이 있거든."

(중략)

 

 "도중에 지구전으로 가려고 했었지?"

 "네."

 "왜 그만뒀지? 난 지구전에 제일 약한데 말이야. 나 같은 사회인 선수는 말이지."

 "……네에."

 "버틸 작정이라면 끝까지 버티는 거야. 테니스는 도중에 어떻게 흐름이 바뀔지 아무도 몰라. 어느 순간 갑자기 공이 안 들어가지. 어떤 선수라도 그럴 때가 반드시 오거든. 하나의 시합에서 한 두번은 그런 상태가 돼. 그걸 기다리는 거야. 기다리는 동안에 점점 강해져."

 

 

(중략)

 "료헤이 넌 담백하지 않아."

 "그런가."

 "그래. 정말은 말이지 굉장히 집요해. 난 정말로 저녁때까지 시합을 할 줄 알고 단단히 각오했었어."

 "아니, 난 역시 집요한 거하곤 거리가 멀어. 담백한, 모래 같은 사람이야."

 료헤이는 집요하다는 말은 처음 들었다. 자신의 어디를 찾아봐도 그런 부분은 한 조각도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나쓰코는 고집스레 주장하면서 양보하지 않았다. 그 말을 듣고 보니 자신이 말한 대로 벽이 되어 해가 질 때까지 계속 다키구치의 공을 받아 치지 못했다는 사실이 부끄러워졌다. 나는 잘할 수 있게 될지는 몰라도 끝내 강해질 수는 없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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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랑이 진다, 미야모토 테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