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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담하지 마. 난 지금 시합 중이라구. 볼일이 있으면 끝날 때까지 기다려. 오늘은 절대로 오래갈 거야……."
"투지가 대단하구나."
"그래, 난 근성이 있거든."
(중략)
"도중에 지구전으로 가려고 했었지?"
"네."
"왜 그만뒀지? 난 지구전에 제일 약한데 말이야. 나 같은 사회인 선수는 말이지."
"……네에."
"버틸 작정이라면 끝까지 버티는 거야. 테니스는 도중에 어떻게 흐름이 바뀔지 아무도 몰라. 어느 순간 갑자기 공이 안 들어가지. 어떤 선수라도 그럴 때가 반드시 오거든. 하나의 시합에서 한 두번은 그런 상태가 돼. 그걸 기다리는 거야. 기다리는 동안에 점점 강해져."
(중략)
"료헤이 넌 담백하지 않아."
"그런가."
"그래. 정말은 말이지 굉장히 집요해. 난 정말로 저녁때까지 시합을 할 줄 알고 단단히 각오했었어."
"아니, 난 역시 집요한 거하곤 거리가 멀어. 담백한, 모래 같은 사람이야."
료헤이는 집요하다는 말은 처음 들었다. 자신의 어디를 찾아봐도 그런 부분은 한 조각도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나쓰코는 고집스레 주장하면서 양보하지 않았다. 그 말을 듣고 보니 자신이 말한 대로 벽이 되어 해가 질 때까지 계속 다키구치의 공을 받아 치지 못했다는 사실이 부끄러워졌다. 나는 잘할 수 있게 될지는 몰라도 끝내 강해질 수는 없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
파랑이 진다, 미야모토 테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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