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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위로

여자는 역시 멋진 존재다.

김곰곰 2012. 1. 29. 20:25


살금살금 문을 열고 들어가자, 조용히 "다녀오셨어요?"하고 인사를 한다. 때는 새벽 2시. 그래도 그녀는 화를 내지 않는다. 왜냐하면 마르타이기 때문에. (마르타는 성서에 나오는 여인. 참고로 엔도슈사쿠는 일본에서는 매우 드문, 종교를 가진 작가. 카톨릭 계 작가이다.)

(블라)

 "아니, 친구 녀석이 술 한잔하자는 바람에...... . 거절을 했는데도 그 녀석이 사람들 앞에서 빈정거리잖아.. (-블라)

  "됐어요. 이게 어디 하루 이틀 일인가요? 하지만 저는 당신이 취해서 교통사고라도 났나 싶어 잠도 못자고 걱정하고 있었단 말이에요." 

 "걱정은, 내가 뭐 어린앤가?"

 "하지만 당신은 내가 당신 걱정을 하고 있으리라고는 손톱만큼도 생각하지 않잖아요?"
 이때부터 슬슬
여자들의 비약적인 논리가 전개되기 시작한다.

 "당신은 그런 사람이에요. 내가 죽으면 산소에도 찾아오지 않을거라고요."

 "그게 무슨 소리야, 당신!"

 "아니요. 안 올 거예요. 그래서 나는 어두컴컴한 땅 속에서 혼자 있게 될 거예요. 바깥에서 바람이 쌩쌩 불고 있는데 나는 땅 밑에서 혼자 쓸쓸하게..... ."
 마르타의 뺨에서 조용히 눈물이 흘러내린다.

 그런데 도대체 남편이 술 마시고 늦게 들어온 일과 그녀가 죽어 묘지 밑에서 혼자 외롭게 누워 있는 것과는 무슨 연관이 있는 것일까. 전혀 논리적인 연관성이 없다. 그런데도 그녀의, 아니 화가 났을 때의 여성들의 논리는 마치 성난 말처럼 깡충깡충 뛴다. 그리고 남자는 "어, 어, 그게 아니고...... ."하는 동안에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여자들의 논리 속으로 끌려 들어가고 만다.
 "아니, 그런 일은 절대 없어. 꼭 묘지에 갈게!"

 "일년에 한번은 와야 해요. 적어도 한번은."

 "일년에 세 번 갈게. 기일하고 부활절 때, 그리고 추석 때 말야."

 "만약 온다 해도 묘지 앞에서 두 손 모으고 서 있다가 1분 후에 돌아갈 거면서."
 새벽 2시에 술 마시고 돌아온 일이 묘지 참배의 횟수 싸움으로 이어진다. 그녀는 아직 죽지도 않았는데. 그래서 내가 말한다.
 "그렇지만 당신, 아직 죽은 게 아니잖아?"
 "그럼, 당신은 내가 지금 당장 죽기라도 바란다는 소리예요?"
 화난 여자가 무서운 이유는 상대로 하여금 이렇게 비약적인 논리에 빨려 들어가게 만들기 때문이다.
남자들은 이렇게 한없이 뜀박질하는 여자들의 논리를 도저히 따라잡기가 힘들다.
 그러나 여자들의 이런 비약적 논리를 생각하면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오고 만다. 그래서 역시 여자기 이 세상에 존재해서 좋다는 생각이 든다. 남자만의 논리로 이 세상을 살아간다면 모든 것이 숨막히고 답답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듯 이치만을 내세우는 논리의 허점을 깨버릴 수 있는 것이 여자들의 톡톡 튀는 팝콘 논리인 것이다.
여자는 역시 멋진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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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하게 사는 법 죽는 법, 엔도 슈사쿠. (그야말로 유머러스 하며 동감하여 이것 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