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책 : 위로

스물여덟살 여행

김곰곰 2012. 1. 29. 22:31
 그러나 출국이 하루하루 다가올수록 설렘보다 걱정이 커지기 시작했다. 내가 이 여행을 선언했을 때, 정말 한 치의 망설임 없이 "그래, 다녀와" 라고 말해주었던 남편도 자꾸만 악몽을 꾼다고 했다. 

-
 독립을 하겠다고 결심하고 엄마 아빠가 결혼이니 앞으로의 것들에 대해서 걱정하지 않고 그래, 너 하고 싶은대로 해라 하고 말씀해주셨을 때 생각보다 수월해서 농담으로 우리집은 나 시집 보내실 마음이 없나보다 하고 웃기도 했는데 구체적으로 집을 알아보고 이제 곧 이라고 생각하니까 세수하다 덜컥 허전하다. 집이 생겼다고 엄마 아빠 안보고 살 것도 아닌데 그런데도 엄마한테 미안하기도 하고 엄마를 위해서 몇 달만이라도 미룰까 싶은 생각도 들고. 엄마 핑계를 대고 있지만 내 마음이 불안한거겠지. 하지만 김연수 선생님 말대로 인간은 할 수 있는 일은 할 수 있고 할 수 없는 일은 할 수 없는 존재이니까. 참을 수 있었다면, 견딜 수 있었다면 아마 이 얘기가 나오지 않았겠지. 떨어져있으면서 더 성장하고 제대로 단단해져서 엄마 아빠한테 정말로 효도해야지. 동생한테도 더 잘하고. 이제와서 다시 할 수 있겠지 나 자신을 과평가 하고 괴로워하고 싶진 않다. 여기까지, 거기까지가 내가 할 수 있었던 최선이겠지. 스물여덟에는 다른 방법을 찾아서 또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가야지.  

 그리고 박물관 입구에서 인정없이 저지당한 것도 그들이 공적인 업무에서는 지극히 원리 원칙에 충실한 민족이기 때문이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이제 손양과 내가 해야 할 일은 그런 모습을 우리의 잣대로 비추어 이상하게 보기보다는, 느긋하고 여유로운 마음으로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 앞으로 80일 동안 다섯 개의 나라를 돌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어서 익숙한 것들과 결별해야 했다. 



 '나는 날마다, 모든 면에서 점점 더 좋아지고 있다'
라는 에밀 쿠에의 자기 암시처럼, 나는 여행에서의 모든 외부적인 요건들을 긍정적으로 해석하기로 했다. 그의 말처럼, 우리의 삶에 근본적인 변화를 일으키는 것은 굳은 의지가 아니라 긍정적인 마음가짐이기 때문에.


 그러니까 우리 여행은 날마다, 모든 면에서 점점 더 좋아지고 있었다.




































-
일곱살 여행, 박선아. 테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