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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도 좋아하지만 이제 와서 느끼는 점은, 역시 그림을 하는 방면(디자인이나 미술이론, 경매까지 포함)으로 가지 않아 다행이다. 시그마 폴케 전시에서와 마찬가지로 앤디워홀 전시에서도 내가 감동을 받은 것은 두 세가지. 아마 이건 미술가에 대한 영역에 한정 지어지는 것은 아닌 것 같지만,
1. 색감 -이것은 어떤 자연현상을 보았을 때, 반드시 작가가 경험한 어떤 순간에서 온 것이라고 확신한다. 이 어떤 순간이란 것은 글로, 그림으로 표현할 수록 모호해지게 마련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믿을 수 밖에 없는 어떤 순간. 이미지. 염료, 물감 같은 반인공적인 소재로 만들어내는 작품의 색은 그와 다르겠지만 반드시 면밀한 관찰력과 주변을 읽는 힘이 있기 때문에 이 색을 자신의 것으로 창조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2. 글 -자신이 생각하는 것을 쓴다. 생각하지 않고는 말하거나 글을 쓸 수 없다. 말을 하거나 글을 쓰는 사람은 모자르고 남에게 민폐만 끼치는 일이 있더라도 부끄러움을 느끼고 계산하며 고민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3. 발상의 전환 -그럼, 앤디워홀 이전에는 상업적인 예술이 없었나? 라고 나는 친구에게 물었다. 아마 없지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확신을 가지고 그는 무언가 했을 것이다. 무엇이라도 좋으니 믿고 가는 힘, 당연한 것을 되돌아 묻는 내면의 힘. 


- 사람들은 시간이 모든 것을 변화시킨다고 말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자신에 의해 변화되는 것이다.


- 인생은 자신의 변화되는 모습을 되풀이하여 보여주는 시리즈의 연속물이 아닌가?


- 이 나라에서 기가 막히게 좋은 것이 있다면, 그것은 미국이 가장 부자도 가장 가난한 사람도 똑같은 물건을 살 수밖에 없는 전통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누구나 텔레비전을 볼 수 있고, 누구나 코카콜라를 마실 수 있다. 대통령도, 리즈 테일러도 코카콜라를 마신다. 
 
(시세이도와 베네통, 교보문고에 이어 다시 한 번 제조업의 평등함에 감탄. 이런 건 일하는 데 엄청난 모티브가 되고 자긍심을 갖게 된다. 번역의 문제/ 그것은 미국이 가장 부자인 사람도 가장 가난한 사람도, 인 편이. 그러나 가장이라는 최상급보다는 '아주 부자인 사람도 아주 가난한 사람도' 정도로 번역하는 게 좋지 않았을까.)


- 그 때가 은색에 대해 생각하기에 완벽한 시점이었다. 은색은 미래이며 광대했다. 은색은 또한 과거이기도 했다. 실버스크린.


- 사실 나는 미인들에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사람은 이야기꾼들이다.


- 나는 환상을 가지지 않은 사람을 보지 못했다. 누구에게나 환상은 있는 것이다.

 (환상 : 현실적인 기초나 가능성이 없는 헛된 생각이나 공상. / [북한어] 어떤 사람이나 사실에 대하여 근거 없이 덮어놓고 좋게만 보는 태도. / 공동환상 : 사적환상을 공동화한 환상. 누구에게나 환상은 있는 것이다. 이 부분에 매우 동감한다. 나는 공상하기를 좋아하는 타입으로 무언가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한다. 그 생각이랄 것은 대부분 흘러가거나 고여버리는 것으로 아주 극소수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실용화되지 못한다. 하지만 이 쓸데없는 힘, 이 있기 때문에 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 애인의 경우는 '그건 환상이야'라고 이야기할 때가 많지만 나는 알고 있다. 그에게도 환상 비슷한 바람이 가슴 속 어딘가 있다는 것을.)


- 나는 어떤 세계를 소유할 때 그 세계를 황폐화시키지 않는 것이 최고의 예술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분야이지만 나는 연애에 대해서 생각해보았다. 화를 내고 싸우고 상대를 내게 맞추는 것, 잘 어울어져서 사는 꼭 맞는 모습의 서로 맞닿아있는 그 면이 어느 순간 뭉글어지거나 썩어버리면 어쩌지. 강요하지 않는 것, 상대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 그렇게 상대를 황폐화시키지 않는 것. 그것이 최고의 관계일지도. 그래서 세기의 연인 같은 사람들을 보면 범인은 이해하기 힘든 어떤 테두리 안에서 사랑을 나누는 건지도..)


- 예술은 당신이 벗어날 수 있는 다른 세상이다.
Art is anything you can get away with.


- 때로는 삶에서 비현실적인 일들이 벌어지곤 한다. 그것은 마치 텔레비전을 보는 것처럼 무감각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앤디워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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