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곧 문제는 삶 전체로 확대되었다"라고 그는 일기에 썼다. "나는 이해를 시도했고, 그것은 당연하게도 실패했다. 실패할 때마다 모든 게 조금씩 불확실해졌다. 그럴 때마다 나는 불확실해진 개념들을, 단어들을 버렸다. 사용 가능한 단어들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중략)

하지만 지금의 그는 조금 달랐다. 그의 시선이 흔들리고 있었다. 그가 바깥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그의 시선이 해로워지고 있었다.

 

 

 

 

 

 

 

 

"함께한 채로, 우리는 아무것도 끝낼 수가 없었다. 함께한 채로, 우리는 거울을 바라본 것처럼 똑같았다. 함께한 채로, 우리는 권태로워졌다. 우리 앞에 시간들이 방금 세탁소에서 찾아온 침대시트처럼 하얗고 보송보송하게 펼쳐져 있었다. 리는 무엇을 해야 할 지 몰라서 그 시트를 더럽혔다. 다음날 시트는 새것으로 바뀌어 있었다. 도대체 지금까지 우리가 몇 장의 시트를 더럽혔는지 모르겠다."

 

 

 

 

 

 

 

"삶은 호텔 같았고 매일매일은 호텔의 욕실에 놓인 일회용 샴푸 같았다. 그것을 도대체 다 써버릴 수가 없었다. 다음날이면 어김없이 똑같은 새것이 놓여 있었다. 거기엔 시작만 있었다. 우리는 도무지 끝을 낼 수가 없었다. 그래서 우리는 계속해서 시작들을 망쳤다. 시작하고 또 시작했다. 낮과 밤이 바뀌어도 그것을 눈치챌 수 없을 때까지 시작하고 또 시작했다. 그렇게 우리의 습관은 강화되었다. 우리는 포기하지 않았다. 계속 시도했다. 하지만 달라지는 것은 없었고, 우리는 심지어 미쳐버리지도 못했다."

 

 

 

 

 

 

 

-
김사과, 샌프란시스코. 2012 문학동네.

 

'책 : 위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른이 된다는 것은?  (0) 2012.08.29
축, 생일  (0) 2012.08.29
읽어보자 권혁웅  (0) 2012.08.24
왜 갑자기, 하지만 늘, 그러니까 차근차근.  (0) 2012.08.24
sway 그리고 swear  (0) 2012.08.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