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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직 많이 젊고 애도 없고 엄마 아빠가 아프지도 않다. 그런데도 뭐가 그렇게 슬픈지 엄청 울었다. 아무르 같은 정적이고 묵직한 사랑이 있다면 이렇게 당연한 사랑도 있다. 둘 중에 뭐가 더 좋았는지보단 각각에서 무엇이 더 좋았다고 말하는 게 나의 말하는 방법이지만 그래도 하나를 꼽아야한다면 나는 엔딩노트인 것 같다. 신파는 아니지만은 겨우 이뤄온 삶을 담담하게 정리하는 그 과정이 어찌나 새삼스러우면서 서글픈지. 온 얼굴에 소금기가 저벅저벅하도록 울고 나왔다. 울고 싶어서 그랬는지도 모른다. 충분히 울었다. 영화를 보고 나와 화장실에 가려는데 우리 앞에 노부부가 서로 가방을 들어줄까 먼저 들어가 하며 서로의 등을 밀었다. 두 분의 인생은 아름다운 끝이 있겠지, 하고 생각했다.
남들이 두 번 세 번 돌아보는 아름다운 몸매나 화려한 얼굴, 비싼 가방이나 즐거운 과시가 돋보이는 옷차림도 좋다. 젊음을 즐기기에 그보다 더한 아름다움이 어디에 있을까. 그리고 또 누가 그런 원초적인 욕구에 자유로울 수 있을까. 나도 그렇고 싶다. 하지만 어떤 것을 참고 갖지 않음으로써 얻어지는 인내와 자부심, 비슷한 걸 더욱 가지고 싶다. 조금 참더라도 보이지 않는 일에 꾸준하고 싶다. 누군가를 깊게 사랑하거나 스스로를 가다듬는 일에 몰두하는 고요한 시간. 그런 것으로 충만해지면, 역시 재미없는 청춘이 되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