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댁 쇼파에 누워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아주 큰 나무들이 보인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나는 참으로 만사태평하구나, 뭐 앞으로 어떻게 살진 몰라도 지금 이렇게 신랑이랑 쇼파에 걸터앉아 시원한 집에 있으니 참 좋다. 속이 타는 시어머니를 뒤로 한 채로 우리는 느긋하다. 더위에, 사람에, 직장에 시달리지 않아도 되는 상태로 보내는 한가한 여름이다. TV를 보니 맛있는 녀석들이 한다. 처음으로 티비로 보았다. 생각해보면 몇 년만에 티비를 보고 있다. 혼자 살 때도 결혼하고서도 계속 티비가 없었으니까. 마루에 누워서 티비를 보면서 딩굴 거리는 것도 하나의 오래된, 좋아하는 이미지인데 그 안에 우리가 있다. 우리 아빠가 좋아하는 양평해장국이네, 그렇지 저렇게 먹으면 맛있지 맞장구를 치다가 티비가 끝나고 이..
17 이와 같이 좋은 나무는 모두 좋은 열매를 맺고 나쁜 나무는 나쁜 열매를 맺는다. 18 좋은 나무가 나쁜 열매를 맺을 수 없고 나쁜 나무가 좋은 열매를 맺을 수 없다. 19 좋은 열매를 맺지 않는 나무는 모두 잘려 불에 던져진다. 20 그러므로 너희는 그들이 맺은 열매를 보고 그들을 알아볼 수 있다. - 마태오 복음 7, 17-20 + 걱정하지 말고, 남을 심판하지 말고 언제나 무엇보다 사람 마음 아프지 않게. 내 마음도 지치지 않게. 제 눈 안에 티를 먼저 보며 힘들 때에 더 단정하고 바르게. 무엇보다 걱정하지 말자. 할 수 있는 만큼, 좋은 취향과 인품으로 내가 좋아하는 것을 편애하도록. 좋은 나무가 될 수 있도록.
산의 아이들이고 손자들인 그들은 자기 자리에서 색색으로, 천진하게 살고 있었다. 나는 그들을 느끼고 살펴보고 향기를 맡고, 그이름을 익혔다. 특히, 나무를 보며 나는 진심으로 깊이 감동했다. 그들은 각자 나름대로의 삶을 살아가고, 자신의 독특한 모양과 가지를 만들어가고, 자신의 고유한 그림자를 던지는 것을 나는 보았다. 정착민으로서, 투사로서 그들 각자는, 특히 산 높은 곳에 사는 나무일수록, 자신들의 생존과 깨어 있음을 위해 바람과 돌과 날씨에 대항해 고요히, 그러나 끈질기게 투쟁하고 있었다. 그들은 각자 자신의 짐을 감당하고 스스로 버텨내야 했으며, 그럼으로써 각자 고유한 모습과 독특한 상처를 지니고 있었다. -페터 카멘친트, 헤르만 헤세. 김주연 옮김. 문학과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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