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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댁 쇼파에 누워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아주 큰 나무들이 보인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나는 참으로 만사태평하구나, 뭐 앞으로 어떻게 살진 몰라도 지금 이렇게 신랑이랑 쇼파에 걸터앉아 시원한 집에 있으니 참 좋다. 속이 타는 시어머니를 뒤로 한 채로 우리는 느긋하다. 더위에, 사람에, 직장에 시달리지 않아도 되는 상태로 보내는 한가한 여름이다. TV를 보니 맛있는 녀석들이 한다. 처음으로 티비로 보았다. 생각해보면 몇 년만에 티비를 보고 있다. 혼자 살 때도 결혼하고서도 계속 티비가 없었으니까. 마루에 누워서 티비를 보면서 딩굴 거리는 것도 하나의 오래된, 좋아하는 이미지인데 그 안에 우리가 있다. 우리 아빠가 좋아하는 양평해장국이네, 그렇지 저렇게 먹으면 맛있지 맞장구를 치다가 티비가 끝나고 이윽고 먹으러 다녀왔다. 생각했던 것 처럼 맛있다. 하루에 한 두가지의 일만 하면서 단순하게 지내는 건 좋은 일이지. 앞으로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가능하면 이런 방식으로 살 수 있었으면 하고 바라본다. 시댁이 있는 동네를 좋아하는 이유는 커다란 나무가 많고 낡았지만 활기가 있기 때문이다. 언젠가, 아니 어쩌면 곧 없어질 풍경들이 많은 곳이라 나는 여기에 마음이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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