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하고도 특별한 어느 날에야 내가 단지 한 사람이 된다. 그럴 때에는 다른 날보다 행복하게 눈을 뜨고, 그리고 은총이 충만함을 느낀다. 여기서 우리는 시인의 다른 날들에 대해서 상상해볼 수가 있다. 한 번에 여러 사람이 되어 살아가는 날들. 누군가의 언니였다가 누군가의 딸이었다가 누군가의 아내였다가 누군가의 이웃이었다가 누군가의 친구이기도 한 날들. 나는 당신의 나, 혹은 그들의 나일 뿐이다. - 생물성, 신해욱. 발문, 김소연. + 김소연 시인님이 써주신 발문이라고 생각하는데, 혹시 같은 이름의 평론가가 계신가. 그러나 저 문장은 내가 느끼는 김소연 시인님 같다. 갑자기 평생 하나의 장르만 읽어야 한다면 모국어로 된 시를 읽어야겠다고 생각한다.
그는 그것은 어른스럽지 못한 일이라고 했다. 지난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너에게 감사할 수 있고 정말로 그렇게 생각한다고 했다. 나 역시 알고 있다. 더 감사한 것은 맞지만 그래서 감사한 것은 아니라고 나는 항변했다. 네 말대로 우리는 서로의 근처에 있었다. 지금이 아니라도 만났을 것이라며 나도 동의하면서 하지만 나는 어른스럽지 못하게 그의 지난 시간을 질투하고 있었다. 지금도 안한다 할 수 없지만 이제는 구태어 되감아 생각하지 않는다. 그것은 정당하지 않다. 감사했다. 나의 그것은 아마도 이런 감정일지 모른다. 이 시의 마지막처럼, 열두 살에 죽은 친구의 글씨체로 편지를 쓴다. 안녕. 친구. 나는 아직도사람의 모습으로 밥을 먹고사람의 머리로 생각을 한다. 하지만 오늘은 너에게나를 빌려주고 싶구나...
손님 월요일이 오고 있을 것이다. 월요일과 화요일이 지나면내 방에서는 사람 냄새가 나지 않고나는 수요일이 아닌 채로수요일을 대신하며옷을 벗게 된다. 키가 없는 몸으로서문틈으로 내 방을 훔쳐보면모서리. 면. 각.수요일과 내가 함께 없는 방은사각의 본질로 충만하다. 지금 이대로 내 방을 꼭 끌어안고벽에다가 얼굴을 비빌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는 그런 욕망에 사로잡혀수요일이라 할 수 없는 나를 대신 끌어안고수치를 견디는데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수를 세며월요일 같은 것을 기다리는데 그런데 누군가 나보다 먼저내 방을 사랑하고 있다.키가 크고 있다.사소한 훼손도 없이수요일과 중력에 대한 두려움도 없이 -손님,생물성. 신해욱. 문학과지성사.
문학에 조예가 깊다고 말하기엔 쑥스럽고 그렇지만 확실히 남들보다는 많이 읽는, 고급독자 박자매에게 추천을 요청했다. 그 중에서도 읽어보지 않았지만 내 마음에 들어온 작가가 있었으니 신해욱. 읽어봐야지. 그녀의 작품은 아래와 같다. 간결한 배치, 민음사 생물성, 창비 비성년열전, 현대문학 축, 생일 이목구비는 대부분의 시간을 제멋대로 존재하다가 오늘은 나를 위해 제자리로 돌아온다. 그렇지만 나는 정돈하는 법을 배운 적이 없다. 나는 내가 되어가고 나는 나를 좋아하고 싶어지지만 이런 어색한 시간은 도대체 어디서 오는 것일까. 나는 점점 갓 지은 밥 냄새에 미쳐간다. 내 삶은 나보다 오래 지속될 것만 같다. - 생물성, 신해욱. 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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