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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위로

손님

김곰곰 2012. 6. 11. 21:55

손님


월요일이 오고 있을 것이다.


월요일과 화요일이 지나면

내 방에서는 사람 냄새가 나지 않고

나는 수요일이 아닌 채로

수요일을 대신하며

옷을 벗게 된다.


키가 없는 몸으로서

문틈으로 내 방을 훔쳐보면

모서리. 면. 각.

수요일과 내가 함께 없는 방은

사각의 본질로 충만하다.


지금 이대로 내 방을 꼭 끌어안고

벽에다가 얼굴을 비빌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는 그런 욕망에 사로잡혀

수요일이라 할 수 없는 나를 대신 끌어안고

수치를 견디는데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수를 세며

월요일 같은 것을 기다리는데


그런데 누군가 나보다 먼저

내 방을 사랑하고 있다.

키가 크고 있다.

사소한 훼손도 없이

수요일과 중력에 대한 두려움도 없이











-

손님,생물성. 신해욱. 문학과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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