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아마도 이것은 못생긴 여자와, 못생긴 여자를 사랑하는 남자를 다룬 최초의 소설이 될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이것은 매우 비현실적인 소설입니다. 단언컨대, 그런 남자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한 사람의 개인을 떠나... 인류는 단 한 번도 못생긴 여자를 사랑해주지 않았습니다. 만약 진실로 그런 남자가 존재한다면 우리는 그를 네오 아담이라 불러야 할 것입니다. 비극이든 희극이든, 소설과 영화 속의 무수한 히어로들은 전적으로 아름다운 히로인을 위한 존재들이었습니다. 아름다운 것만이 사랑받을 수 있다던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처럼, 인간은 <너무너무> 아름다운 것만을 사랑하고 사랑해 왔습니다. 권력과 부가 남성에게 부과된 힘이었다면, 미모는 소수의 여성이 얻을 수 있는 강력한 힘이었습니다. 여성은 아름다워지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인류가 설정한 진화의 방향이었기 때문입니다.


 적어도 아직까지는, 우리는 <힘>을 얻기 위해 진화해 왔습니다. 강해지기 위해, 이 세계에서 유리해지기 위해... 우리는 지금도 노력하고 있습니다. 힘... 말하자면 저는 인간을 이끌고 구속하는 그 <힘>에 대해 말하고 싶었습니다. 부를 거머쥔 극소수의 인간이 그렇지 못한 절대다수에 군림해 왔습니다. 미모를 지닌 극소수의 인간들이 그렇지 못한 절대다수를 사로잡아 왔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극소수가 절대다수를 지배하는 이 시스템에 대해 저는 많은 생각을 해야만 했습니다. 부와 아름다움은 우리를 지배하는 가장 강력한 이데올로기가 되었습니다.


 부와 아름다움에 강력한 힘을 부여해준 것은 바로 그렇지 못한 절대다수였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우리는 끝없이 욕망하고 부러워해왔습니다. 이유는 그것이 <좋은 것>이기 때문입니다. 누가 뭐래도 그것은 좋은 것입니다. 누가 뭐래도 우리는 그런 세상을 살고 있으며, 누가 뭐래도 그것은 불변의 진리입니다. 불변의 진리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방법은 그것을 <시시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마치 지금 70년대의 냉전을 뒤돌아보듯, 마치 지금 지구를 중심으로 태양은 돈다 믿었던 중세의 인간들을 돌아보듯 말입니다. 물론 그것은 <좋은 것>이지만, 그것만으론 <시시해>. 그것만으로도 좋았다니 그야말로 시시한 걸. 이 시시한 세계를 시시하게 볼 수 있는 네오 아담과 네오 이브를 저는 만들고 싶었습니다. 두려울 것은 없습니다. 가능성의 열쇠도 실은 우리가 쥐고 있습니다. 왜?


 우리가 절대다수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진화의 재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재능은 자기 자신, 즉 자기의 힘을 믿는 것이라고 고리끼는 말했습니다. 굳이 그의 말을 빌리지 않아도 인간은 그런 재능을, 힘을 지닌 존재라 저는 믿고 있습니다. 한 사람의 개인처럼, 이제 인류도 스스로의 얼굴에 책임을 져야할 때입니다. 이 진화의 계단을 밟고 올라서며 저는 아름다움에 대해, 눈에만 보이는 이 아름다움의 시시함에 대해 말하고 싶었습니다. 인간이 스스로 책임져야할 인간의 얼굴에 대해 말입니다.

 

 

 

 

 

 

 

 

 

 

 

 

 

 

 

 

 

 

 

 

 

 

 

 

 

 

 

 

-

박민규.

 

'책 : 위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생물성 겟!  (0) 2012.06.07
소설의 명확성  (0) 2012.05.31
첫문장  (0) 2012.05.31
人生は人を欺かない  (0) 2012.05.31
살림이 좋아  (0) 2012.05.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