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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와이라……」
아버지가 내 앞에서 처음으로 '하와이'란 말을꺼낸 것은 내가 열네 살 때 설날이었다.
- GO, 카네시로카즈키. 2008년 1학기라고 생각된다. 현대소설의 연구? 이해? 이런 수업을 들으면서 한 학기 내내 이 소설 하나만을 읽었다. 정말로 질릴 정도로 읽었는데도 실수 했고 선생님은 쌍욕이 나올 정도로 과제를 내주고 질문했다. 그렇게까지 치달았지만 소설, 이라는 것을 내버릴 수 없었다. 질리기는 커녕 질릴 정도로 읽었는데 역시 좋아한다, 고 깨달았다. (내 인생을 둘러싼 세 사람의 남자처럼) 고생을 하더라도 많이 틀리고 실수하더라도 이거라면 포기하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래서 첫 문장을 떠 올릴 수 있었다. 첫 문장을 떠올리니까 그동안 고생하며 읽었던 구석구석의 내용이 스쳐 지나갔다.
서른일곱 살의 나는, 그때 보잉 747기의 좌석에 앉아 있었다.
- 노르웨이의 숲, 무라카미 하루키. 이 책은 내가 처음으로 '센세이션' 이라는 단어를 온 몸으로 체험한 책이다. 2002년 9월 5일, 진이와 정림이에게서 생일 선물로 받은 책. 그 전에 읽었는데 너무나 놀라워서 어떻게해서라도 가지고 싶어서 부탁해서 선물로 받았던 기억이 난다. 며칠 전에 예슬이와 소설의 첫문장에 대해서 이야기 했을 때 내 머릿 속에 가장 먼저 떠오른 소설은 바로 노르웨이의 숲. 지금 생각해보면 그 때는 단어의 뜻 조차 이해하지 못했는데도 읽었다. (주로 성적인 단어여서 글의 흐름을 해한다고 느끼지 않았기 때문에 계속해서 읽어나갈 수 있었던 것 같다) 그 전에도 중학교 때부터 독일과 일본의 소설은 읽어왔지만 이 책만큼은 뭔가 달랐다. 여러가지가 있지만 확실히 나를 이 쪽의 인생으로 인도한 책이 아닌가, 하고 생각한다. 비록 내가 연구하려는, 정신적으로 지지하고 나아가려는 삶의 모토와는 조금 다른 작가의 성향이지만 다름을 인정한 위에 언제라도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 것 같은 책이랄까. 문학 선생님은 나와 선주를 보며, '너희는 지금 이 책을 읽니? 이해가 가?" 하고 물었다. 그 때 내가 이 책을 읽는 내내 느낀 명확한 것 한 가지는, 삶과 죽음이 이어져있다는 것.
여자 형제들은 서로에 대해 모든 것을 알고 있든지 혹은 아무것도 모르고 있든지 둘 중 하나다.
- 삶의 한가운데, 루이제 린저. 지금 읽고 있는 책인데 첫 문장을 보는 순간, 사야지 하고 마음 먹게했다. 적은 돈을 벌고 있지만 나는 내 인생은 그럭저럭 굴러가게 할 만큼의 돈을 벌고 있고 모아봤자 먼지처럼 연약한 일에 날라가버리는 저금을 깨고 책을 더 많이 읽기로 했다.
8월 어느 날, 한 남자가 행방불명 되었다.
- 모래의 여자, 아베 코보. 요 앞전에 읽고 역시나(사스가!) 하고 머리에 벼락을 맞은 기분이 들었던 책. 박쥐를 봤을 때와 비슷한 감각. 너무 잘 만들어진 것이라 보는 내 쪽까지 신이나서 주체를 할 수 없을 정도. 작년 문학사 수업 때 이 작가에 대해서 무척 짧게 지나갔지만 꼭 읽어보고 싶었다.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오에 켄자부로가 존경하는 작가이고 그가 살아있었더라면 아마 내가 아닌 그(아베 코보를 지칭)가 받았을 거라고 말했을 정도라니까, 그것만으로도 꼭 읽어보고 싶었다. 하지만 굳이 찾아서 읽지는 않고 있었는데 지금 이렇게 만나서 나를 엄청난 감동에 휩싸이게 하려고 그랬던거겠지. 모래라는 세계를, 환상적으로, 이런 설명은 틀린 게 아니였을까? 나는 문학사 수업 때 듣고는 무슨 SF라고 생각했을 정도니까.., 기억은 가공되는 것이지만. 현실적인 구성과 탄탄한 스토리 안에서 인간의 모습을 철저히 그리고 있다. 전에는 절대 이해할 수 없었던 김기덕 감독의 나쁜 남자도 이러한 맥락이 조금은 흐르는걸까? 하고 생각해봤다. 사람이 어떤 장소에 유폐되면 처음에는 의지를 다잡고 탈출하려고 하고 자신을 이 상황에 빠트린 대상을 증오하지만 점차 연민과 포기의 단계를 거쳐 순종하게 된다는 메타포가 비슷한 것 같기도 하다.
아득한 미로의 습곡을 빠져나와 드디어 당신이 찾아왔다.
- 타인의 얼굴, 아베 코보.
미스터 하네다는 미스터 오모치의 상사였고, 미스터 오모치는 미스터 사이토의, 미스터 사이토는 미스 모리의, 미스 모리는 나의 상사였다. 그런데 나는, 나는 누구의 상사도 아니었다.
- 두려움과 떨림, 아멜리 노통브.
여기는 구경거리의 세계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다 꾸며낸 것
하지만 네가 나를 믿어준다면
모두 다 진짜가 될 거야
It's a Barnum and Baily world,
Just as phony as it can be,
But it wouldn't be make-believe
If you believe in me.
택시 라디오에서는 FM방송의 클래식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 1Q84, 무라카미 하루키.
누군가 총총히 문 앞을 달려가는 발소리가 났을 때, 다이스케의 머릿속에는 도마처럼 생긴 커다란 나막신이 떠올랐다.
- 그 후, 나츠메 소세키.
유화물감처럼 뻑뻑한 코발트블루의 짙은 빛을 하늘 복판까지 밀어붙이면서 동풍이 불어왔다.
- 당신들 모두 서른 살이 됐을 때, 김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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