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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요하는 느낌 없이 자양분과 상상력이 풍부한 연주라는 건 수없이 듣는 사이에 덴고도 조금씩 이해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것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몹시 주의 깊게 귀를 기울여야 했다. 유능한 가이드도 필요했다. 그저 막연히 듣기만 해서는 놓쳐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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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뭔가 중요한 것을 창조하자면, 혹은 뭔가 중요한 것을 발견하자면 시간도 걸리는 것이고 돈도 들게 마련이지요. 물론 시간과 돈을 들인다고 반드시 훌륭한 게 나온다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돈이든 시간이든 둘 다 많아서 방해가 되는 일은 없어요. 특히 시간의 총량은 한정되어 있습니다. 시계는 지금도 재깍재깍 시간을 새기고 있어요. 시간은 자꾸자꾸 흘러갑니다. 기회는 사라져갑니다. 그리고 돈이 있으면 그걸로 시간을 살 수 있어요. 사려고 마음먹으면 자유까지도 살 수 있습니다. 시간과 자유, 그건 인간이 돈으로 살 수 있는 가장 소중한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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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거를 바꿔 써봤자 분명 그리 큰 의미가 있을 리 없다, 고 덴고는 실감한다. 연상의 걸프렌드가 지적한 대로다. 그녀가 옳다. 과거를 아무리 열심히, 면밀하게 다시 바꿔 쓴다 해도 현재 나 자신이 처한 상황의 큰 줄거리가 변하는 일은 없다. 시간이라는 건 인위적인 변경은 모조리 취소시켜버릴 만큼 강력한 힘을 갖고 있다. 그것은 이미 가해진 수정에 다시금 새로운 수정을 덧칠하여 흐름을 원래대로 고쳐갈 게 틀림없다. 다소의 세세한 사실이 변경되는 일은 있다 해도, 결국 덴고하는 인간은 어디까지나 덴고일 수밖에 없다.

 덴고가 해야 할 일은 아마도 현재라는 교차로에 서서 과거를 성실히 응시하고, 그 과거를 바꿔 쓸 수 있는 미래를 차곡차곡 써나가는 것이리라. 그것 말고는 다른 길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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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Q84 BOOK 2, 무라카미 하루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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