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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평범한 사람들이 그런 행복을 얻기 위해서 무슨 짓을 하는지 궁금했다. (중략)

집에 들어와 함께 살기 전까지 나는 가족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그것은 생각할 때마다 가슴을 답답하게 하고 힘이 쭉 빠지게 만드는, 평생 달고 사는 오래된 지병 같은 거였다. 평생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변두리만을 떠돌며 낭떠러지를 걷듯 살아온 천애의 삶, 아무리 똥줄 타게 뛰어다녀봤자 입에 풀칠하는 것조차 버거웠던 무능과 무지, 숱한 수모와 상처, 불명예와 오명의 역사. 도대체 내가 어떻게 가족에 대해 자부심과 애정을 가질 수 있단 말인가!






누군가에게 보호받는 기분이 얼마나 좋은 것인지 새삼 깨달았다. 



헤밍웨이의 전집을 처음 읽기 시작한 이후, 나에겐 많은 일들이 일어났다. 그것은 대부분 내 의지와는 상관없는 일이었다. 생각해보면 인생이 늘 계획대로 진행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부지불식간에 발목이 잡혀 이리저리 한 세월 이끌려다니기도 하는 게 세상살이일 터인데 때론 그렇게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흐러가게 내버려두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는 그것을 어디서 구했을까? 누군가의 소망은 그렇게 죽은 뒤에도 다시 살아나는 법이다. (한 줄 건너뛰고) 엄마는 내가 술에 취해 사는 동안에도 나에 대한 기대와 소망을 끝까지 버리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아무도 몰래 장롱 깊숙이 숨겨 두고 있었던 것이다. 






나의 이야기는 여기까지다. 하지만 삶은 멈추지 않고 계속되는 법이다. (결론) 나는 언제나 목표가 앞에 있다고 생각하며 살았다. 그 이외의 모든 것은 다 과정이고 암시라고 여겼고 나의 진짜 삶은 언제나 미래에 있을 거라고 믿었다. 그 결과 나에게 남은 것은 부서진 희망의 흔적뿐이었다. 하지만 나는 헤밍웨이처럼 자살을 택하진 않을 것이다. 초라하면 초라한 대로 지질하면 지질한 대로 내게 허용된 삶을 살아갈 것이다. 내게 남겨진 상처를 지우려고 애쓰거나 과거를 잊으려고 노력하지도 않을 것이다. 아무도 기억하지 않겠지만 그것이 곧 나의 삶이고 나의 역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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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가족, 천명관.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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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못 다 적은 문장이 많은데 영화보고 온 기념으로다가 오함마 수음사건 이후로 마지막까지 휙휙 넘겨가며. 힘인 동시에 부담이며 원천인 동시에 애증인 가족, 그것과 비슷한 굴레로 아무리 노력해도 한 계단 올라가는 게 너무나 힘든 삶. 나는 오함마 수음 씬이 개인적으로 책에서 무척 슬펐다. 누구에게나 상상력은 은밀하고 마음 껏 속일 수 있다. 사람답다, 나이값 한다는 조건들, 대개의 경우는 돈인 것 같다. 그걸 못한다고 상상력이나 마음 속까지 재단 당한다는 게 너무나 서글펐다. 나 또한 그렇게 폄하한 적이 있으니까. 나도 별다를 수 없는 사람이라. 하지만 아무튼 할 수 있는만큼 나보다 타인을 사랑하며 헌신적으로 살아준 누군가ㅡ이건 대개의 경우 엄마인 것 같지만ㅡ가 있어서 사람은 살 수 있구나 생각해봤다. 결론, 여러분 책도 영화도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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