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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야말로 단팥빵과 맞먹을 일본식 대발명, 머지않아 일본 전역을 석권할 거라는 예상을 하며 도쿄로 돌아왔다. 바로 작년 이맘때쯤이었다. 

(전혀 다른 얘기지만 대부분의 유명한 작가들이 도쿄에서 생활한다는 점이 내 마음을 동하게 했다. 내가 읽은 거의 모든 소설의 작가들은 도쿄에 적을 두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나중에 시골로 가버린 마루야마겐지를 뺀다면 말이지.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다 일을 하고 성공하려면, 성공했다면 성공하기 전까지는 서울에 도쿄에 있는다는 것. 유럽이나 그 넓고 좁은 땅에서 각자의 사는 곳에 뿌리내려 이름을 날리는 게 쉽지 않다. 서울이라는 도시를 선택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면 조금 더 간절하게 비장한 각오로 올라왔을까?  여기에 태어나서 생활권으로 가지고 있는 도시적 나태함이랄까. 원초적이고 힘있는 사람 꼼꼼하진 않으니 예리한 사람이라도 되야겠다.)


 그리고 1년이 흘렀다.

 유심히 살펴보지만 된장 돈가스 가게는 전혀 눈에 띄지 않는다. 아무래도 유행하는 건 기후 지방 일대뿐, 더 이상 퍼지지 않는 모양이다. 훌라후푸나 닷코짱, 루빅 큐브처럼 일본 전역에서 유행하는 것이 있다. 그런가 하면 참 좋다, 참 재미있다 하는데도 별달리 퍼지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 담담한 말투가 좋다. 그런가하면-부터. 이 부분이 좋은 걸 대체 뭐라고 설명해야할까. 구체적이고 무겁지 않게 쓰고 싶다 나도. 읽는 사람이 끄덕끄덕하게. 한문장을 읽고 그 사람을 미워할 수 없도록.)


 오래전 방콕에 갔을 때 컬러 타이츠가 대유행이었던 적이 있다. 한낮 기온이 35도에서 40도까지 치솟는 무더위가 한창인데도 젊은 아가씨들은 모두 시치미를 떼는 듯한 얼굴로 타이츠를 신고 있었다. 나는 하와이풍 원피스인 무무를 입고도 더워서 축 늘어져 있었는데 말이다. 유행이란 얼마나 위대한 것인가 하며 감탄했었다.

 그런데 그다음 해에 갔던 사람에게서 "역시 타이츠는 한물간 것 같더군요" 라는 말을 들었다. 시치미 떼는 듯하던 그 표정은 역시 대외용이었고 속으로는 고생깨나들 했던 모양이다. 방콕에서 컬러 타이츠가 유행하고, 도쿄에서 된장 돈가스가 유행하지 않는 이유는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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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장류 인간과 동물도감, 무코다 구니코. 강. 



+ 11년 7월이면 어디에 살고 있었지. 근데 왜 오래 살았던, 고양이가 집을 나갔던, 엄마 심부름으로 사야할 물건을 적은 종이 대신 만원을 버렸던 그 야트막한 길이 생각이 났다. 이 책을 읽을 때쯤 아마 그 동네를 무척 그리워했던걸까. 지금에 와서도 이 문장을 보면 그렇게 생각이 나다니. 유행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