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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아버지가 묵직해 보이는 짐을 들고 후덥지근한 목장 한가운데로 걸어왔다. 안에 멜론과 복숭아가 들어 있다고 한다.
"왜 그런 걸 가져왔어요." 남편은 어린애처럼 골을 냈다. 그렇게 말하는 심리는 나도 잘 안다. 부모가 엉뚱한 일을 하면 괜히 그런 말이 나온다. 그 자리에서 먹을 기회를 놓쳤다. 시아버지는 들고 가서 신칸센에서 먹으라고 했다. 남편은 들고 가기 무겁다며 싫다고 했다. 나는 "이 무거운 걸 아버님이 힘들게 들고 오셨는데, 가져가요." 하고 말했다. 이런 때 중재역을 할 수 있는 사람은 타인밖에 없다.
신칸센은 탄 후에는 선반에 올려놓았다. 밑에서 올려다보니 복숭아가 짓물러 있었다. 아래쪽은 거무죽죽하고 위쪽만 멀쩡했다. 냉장고에서 허둥지둥 꺼낸 탓에 시아버지가 미처 알아차리지 못한 것이리라. 홀아비 생활의 암울함과 그 깊이가 전해졌다.
하지만 그것은 시아버지의 소중한 생활, 아무도 빼앗을 수 없다. 도쿄로 올라와 아파트를 빌려 살면서까지 아들 가까이에 있고 싶어하지는 않는다. 어쩔 도리가 없다. 나도 아무 대책이 없다. 모두가 행복한 것은 아니지만 불행한 것도 아니다. 하지만 사랑만은 듬뿍 있다. 결국 복숭아는 먹지 못하고 복숭아 모양 행복만 받았다.
도쿄 역 쓰레기통에 복숭아를 버릴 때, 그만 과일칼도 같이 버리고 말았다. 도쿄 역 쓰레기통에서 썩어 갔을 복숭아와 그 옆에 놓인 과일칼을 생각하면 평생 가슴 아프리라고 생각했다.
인생에 좋은 일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모두가 나쁜 점은 고치고, 서로를 감싸고 지켜 주고 웃는 얼굴로 대하고, 죽는 날까지 외롭지 않게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종교에 몸담는 거겠지, 하고 생각한다.
하지만 인간은 원래 그런 존재가 아니고, 좋은 일을 하려면 엄청난 에너지가 소모되니까 나는 아마 노후에도 이렇게 생각하며 살 것 같다.
그런 건 상관없으니까 그냥 내버려 둬.
나쁘면 나쁜 대로 살게 해 줘.
가슴이 아프든 스쳐 지난 채로 끝나든, 사랑한다고 생각하게 해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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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아버지의 복숭아, 요시모토 바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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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 좋은 일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에는 동감한다. 그러면 좋겠지, 하지만 그럴 수 없다, 는 것에 더 동감한다. 나이브한 생각이지만 나 자심은 싸워이길 개체가 아니며 인생 역시 힘들어야만 가치가 있는 것은 아니니까. 모두에게 착한 사람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그럴 수 없다. 인간은 그렇게 포용 범위가 넓지 못하니까. 인간은 그야말로 인간이기 때문에 불완전한 하나의 형태를 겨우 갖춘 덩어리 일 뿐. 이런 종류의 글에 위로를 얻으면서 나 스스로도 이런 것에 동감하다니 약해빠졌군, 이라는 비난은 듣겠지 싶다. 더 깊은 문학적인, 본격적인 인생을 모른다고. 조금 더 변해서 그런 것에 깊게 공감할 수 있는 때가 오면 또 그 나름대로의 인생. 약간의 신물을 느끼면서도 지금은 아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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