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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촌의 생신이었다. 그 동네는 너무 멀고 아직 차 보험 처리도 안되고 핸드폰도 아직이라 가지 못했다. 뉴질랜드는 비가 무척 많이 내렸다는 이모의 이야기를 들으니 그 집이, 변덕스러운 그 겨울이 떠올랐다. 여행을 하면서 또 한국에 돌아와서 느낀 건 영어만 하면 그 삶을 가질 수 있는 기회가 생길 수도 있는거구나, 그러면 할 수 있을 것 같다. 있는 동안은 사실 마음을 정하지 못해서 하면 하고 아니면 말고 하는 마음 때문에 영어가 부담스러웠는데 이제는 이 삶이 아니라 다른 곳으로 가기 위한 하나의 열차 같은 것이란 생각이 든다. 시간을 맞춰서 개찰구를 통과하고 플랫폼에서 기다려야 열차를 탈 수 있으니까. 그런 준비라면 해야하는구나, 기꺼이 해야지. 그렇게 생각하게 되었다.
우리는 공기계를 가지고 있으니까 삼사의 2년 약정에 묶일 필요가 없어서 알뜰폰을 신청했는데 우와! 정말 싸고 좋다. 한국에서 핸드폰 안터지는 데는 거의 없을테니까. 인터넷으로 신청하고 하루 만에 유심이 왔다. 처음에는 인식이 안되서 아버님 폰에도 넣었다 빼보고 했는데 개통을 지정해줘야 가능한 모양이었다. 메일 보내고 꽤 빠른 시간 내 개통까지 성공. 아직은 새 번호가 익숙치 않다. 최근 2년 사이에 오래쓰던 번호, 필리핀, 태국, 호주, 뉴질랜드, 그리고 새 번호까지 이렇게나 여러 번 번호가 바뀌었다. 나 조차 나의 일부에 익숙해지지 못했다.
2년 사이에 여름만 3번, 이제 4번째인가. 그래서 유독 빨리 닿아버린 정든 슬리퍼를 이모 집에 두고 왔다. 발이 아파서 서둘러 신발을 주문했다. 주문하면서 카메라가 들어가는 신랑 배낭도 함께 주문했다. 어제 주문한 옷은 왜 올 생각을 안하지? 하고 그새 한국에 적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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