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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 /서울

6월 22일 사일차

김곰곰 2017. 6. 24. 02:34

수아도 보고 둘째언니하고 신랑하고 같이 된장찌개에 매실장아찌에 밥을 먹고 역으로 갔다. 무려 폭스바겐을 타고 네다섯 군데 집을 둘러봤다. 606호 그 집은 층고도 높고 좁긴해도 창도 아주 크고 앞에 가리는 것 없이 하늘도 집들도 많이 보여서 집에 있으면 기분이 좋을 것 같았다. 버스 정류장이 앞에 있긴 하지만 혹시나 회사에 다녀야하면 나다니기가 쉽지 않은 곳이라는 점이 마음에 걸렸다. 그래도 2층에서 매일 밤 지는 해를 바라보는 건 꽤 멋진 일이 될 것 같았는데 조금 아쉽다. 은행에 들러서 몇 개의 통장을 정리하고 배가 고파서 또 연희김밥에 들러서 한줄씩 먹으면서 다른 역으로 갔다. 가까운 길을 돌아가는 버스였다. 그 지역에 있는 거의 모든 오피스텔을 다 둘러보았다. 생각해본 적도 없었는데 생각보다 훨씬 익숙한 동네라서 무척 복잡한 동네였지만 마음이 불편하지 않았다. 반대 방향으로 가는 버스를 타서 신랑 친구와 만남에 조금 늦었다. 동네 맛집으로 꼽히는 곳에 가서 깐쇼 중새우, 볶음우동, 잡채밥까지 배부르게 먹고 나는 먼저 시댁으로 돌아와 잠을 잤다.

세상에 집이 이렇게 많은데 거기에 내 집이 하나 없고, 뭐 그런 종류의 비참한 생각은 들지 않았다. 내가 가진 것에서 할 수 있는만큼만 하면서 살면 되니까, 우리에겐 돈이 부족한 만큼 추억이 있고 시간과 자유가 있으니까. 넓은 집, 좋은 가구, 많은 수입이 신기할만큼 부럽지 않다. 아마도 아직 그만큼 다 책임지고 싶지 않은 걸지도 모르겠다. 예전만큼 쨍하지 않지만 그래도 파란 하늘에 동네 가득한 초록을 집에서 보며 보지 않는 티비 소리를 배경으로 두고 둘이 같이 쇼파에 반쯤 드러누워서 만 31세 백수 부부를 둔 우리 부모님들 심란하시려나? 그래도 둘이 같이 이렇게 쉬니까 참 좋다 그치? 하는 우리들이 보내는 시간이 평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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