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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야구보단 축구. 일차적 이유는 물론 더 익숙하기 때문이겠지. 그리고 축구 쪽이 보기에도 조금 더 단순하니까 마음에 든다. 얼마 전부터 왜 그리 사람들이, 그것도 대국민적으로 야구에 몰두하는 것일까 의아했는데 이런 까닭도 있는걸까? 여기부터는 테라야마 슈지의 말.



 야구가 스포츠이던 시대는 막을 내렸다. 이제 야구는 거실에서 보는 `홈드라마` 가 되어버렸다. 그리고 비교적 안정된 소시민들이 지닌 보수성을 대변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나는 홈인한 횟수를 세고 있는듯한 이런 생활이 달갑지 않다. 홈드라마와 같은 생활을 거부한다. 홈드라마 따위, 정말 넌더리가 난다.
 네모난 회색 화면에 비치는 사내들의 홈인은 이른바 거짓된 행복에 지나지 않는다. 여기에서 일상생활의 변화를 기대하기란 쉽지 않다. (블라블라)

 야구공은 손바닥 안에 쏙 들어가다보니 가끔씩 눈에 보이지 않을 때가 있다. 아나운서는 "외야의 담을 향해 볼이 쭉쭉......!" 이라고 외치는 데 관중석의 팬들은 공의 행방을 알 리 없다. 그래서 잔디구장에서 경기를 하는 야구에서는 `공 감추기` 라는 특이한 술책이 사용되며, 실제로 시합 도중에 갑자기 공이 사라진 사건(사실은 투수 앞의 잔디 속에 파묻혀 있었다)까지 발생하기도 했다.
그에 비하면 축구공은 역시 크다. 그래서 게임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금방 알 수 있다. 한눈에 공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다는 점도 인기를 얻게 된 이유 중의 하나겠지만,
(중략) 어찌된 영문인지 일본의 야구선수들은 게임의 속도감을 떨어뜨리는 스탠드 포즈를 즐긴다.

 내가 축구를 사랑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그것이 `증오에서 출발한 경기` 라는 데 있다. 차는, 발로 차는 행위에서 용솟음치는 힘을 느끼는 것이다.
 이것은 자기 페이스에 안주하는 소시민이나 행복한 홈드라마의 주인공들이 까맣게 잊고 있는 바로 그 감정이다. 지금껏 돌멩이 한번 찬 적이 없는, 고분고분한 회사원들도 이제는 두개골을 차며 상대의 골(홈이 아니라)을 향해 달려가는 전사들을 보며 잃어버린 무언가를 되찾아야 하지 않겠는가?


끝으로,
 "공을 잡은 녀석에게서 눈을 떼지 말고 항상 그 옆에 바짝 달라붙거라. 그게 바로 인생의 목적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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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버리고 거리로 나가자, 테라야마 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