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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임없이 돌이켜 생각하고, 후회하며 괴로워하는 나와는 전혀 다른 삶의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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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약 내가 그때, 그렇게 하지 않고 저렇게 했더라면….'

 후회한다는 것은 내가 주체적인 삶을 살았다는 뜻이다. 내가 행한 일이 선택의 여지가 없는 일이었다면 후회란 있을 수 없다. 내 삶의 주인으로서의 권리와 책임은 후회라는 부작용을 낳게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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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는 나쁜 것이 아니다. (블라블라) 문제는 어떤 후회를 하느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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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한 행동에 대한 후회'의 경우 '하지 않은 행동에 대한 후회'에 비해 심리적 면역체계가 훨씬 빠르고 효율적으로 작동한다. '하지 않은 행동'에 비해 '행한 행동' 쪽은 훨씬 더 쉽게 합리화된다. 우리는 눈에 보이는 행동에 훨씬 더 많은 신경을 쓰게 되어 있다. 즉 '하지 않은 행동'에 비해 '행한 행동'에 대해 훨씬 더 많은 관심을 가진다는 이야기다. 만약 어떤 행동을 했는데, 그 결과가 신통치 않게 나왔다면 심리적 면역체계는 그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는 데 집중하게 된다. 결국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흘러갔더라도 별일이 아니라고 합리화한다. 그래야 마음이 편해지기 때문이다. 반면 '하지 않은 행동'에 대해서는 심리적 면역체계가 그리 쉽게 작동하지 못한다.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해서는 심리적으로 주의집중이 잘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주 오랫동안 나를 괴롭힌다. '하지 않은 행동에 대한 후회'가 정신건강에 훨씬 더 해롭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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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아있는 이상, 우리는 반드시 후회를 하게 되어 있다. 그러나  어차피 후회를 해야만 하는 것이라면 가능한 한 짧게 하는 게 좋다. 그래야 심리적인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짧게 후회하려면 '행동'해야 한다. 확 저질러버리는 편이, 고민하며 주저하다가 포기하는 것보다 심리적으로 훨씬 건강하다. 후회가 오래가지 않기 때문이다.

 시작도 하지 않고 포기한 일은 반드시 오래, 아주 집요하게 나를 괴롭히게 되어있다.

 

 

 

 

 

 

 

+ 그래서인가. 내가 선택했고, 그 당시에는 유일한 선택이었고 선택의 범위가 많이 넓어진 지금에도 그 정도의 마음을 먹고 선택한 일은 없었으니까. 유지하려고 노력했지만 나는 어렸고 그런 의미에서 어리석었다. 그 시절의 눈부심과 순수함이 있었고 적어도 속이거나 거짓말을 하는 적은 없었기 때문에, 그야말로 악의가 없었기 때문에 모든 것을 웃으며 넘길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지금에 와서 곰곰히 생각해보면 문득 생각하고 있자면, 후회가 되는 부분이 있다. 그야말로 첫사랑이라 어떻게 마음을 써야하는지 몰라서, 상대를 얼마나 믿어야하는지 몰라서 내 자신을 망가트려갔다. 그런 망가진 자신으로 상대를 감싸안으니 제대로 안을 수 있을리가 없기도 했고. 아직은 내가 그 사람에게 어떤 사람이었는지, 과연 잘해나갈 수 있을지에 대한 확신은 없다 다만 계속 시간을 두고 생각하고 있을 뿐. 그래도 생각하고 행동했기 때문에 후회가 적다는 건 그런 부분이겠지. 적어도 노력했기 때문에. 그 노력이 효율적이고 실천적이었는가는 둘째치고.

 내게 미술이 바로 '하지 않은 행동에 대한 후회'의 대표적인 예였고 두고두고 중3때부터 요 얼마전까지 발목을 잡았다. 일본에 다녀와서 자연히 십년이라는 세월은 너무 길다고 생각했고 다시 그 쪽 세계에 얼굴을 들이밀고 기웃거리는 일은 없을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원망의 감정이 남았고 돌아와 나는 너무 당연해서 생각하지도 않았던 글에 대해 집착했다. 이것이라고 생각했다. 이것은 미술보다는 조금 더 지속가능하고 실현가능한 범위였고 지금도 포기하지 않은 부분이지만 비전이아니라 실행계획에 있어서 나는 문학을 공부하고 싶었다. 대학원에 가서 어째서 내가 또래에 비해서 그토록 많은 책을 읽었으며, 왜 위로를 받았으며, 다른 것보다 어째서 일본 문학이었는지, 국어와 일본어의 번역 문제, 바른 번역- 바르게 말을 쓰는 것, 그리고 번역이 하나의 작품으로서 문학의 가치를 갖는 것. 그런 걸 공부하고 싶었다. 하지만 결국 반대했고 나도 주저 앉았다. 하고 싶었지만 공부를 계속해나갈 돈도 없었고 돈이 없는만큼 명석한 두뇌도 없었으니까, 당연히 환한 미래도 없었다. 보장되지 않은 것을 해나가기 위해서는 노력하는 재능과 여유가 있어야하는데 나에게는 마음적인 여유도 물질적인 부분도 없었다. 그 빈틈은 굉장히 현실적인 부분이어서 내가 아무리 공부를 하고 도서관에서 연구실에서 그 세계에 빠져서 행복하다고 한들 반드시 집에 돌아가면 어느 날인가 막힌, 차가운 기운을 느껴야 했고 당연히 아르바이트도 해야했을거고 매달 엄마에게 학자금 대출의 이자 부담을 주었을 것이고 공부가 조금이라도 순조롭지 못하면 바로 절망에 빠졌을 것이다. 미안해서. 그런 부분. 하지 못한 행동에 대한 후회, 아직 글에 대해서는 영어도 열심히 해서 서른 전에는 이라는 막연한 생각을 가지고 있으니까 후회가 아니라 동경이다. 꿈이니까 절망적이지 않다. 꼭 행동할 수 있기를. 후회할 수 있는 인간이 되기를. 선택할 수 없는 상황에 만족과 불만족을 모른 체 살아가지 않기를 나 자신에게 꼭 부탁한다. 제법 물러 터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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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 김정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