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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위로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

김곰곰 2012. 6. 19. 01:00

걱정이 돼서 자꾸 확인하게 돼요.


자꾸 물건을 놓을 떄 줄을 맞추게 돼요. 걸을 때도 금을 밟으면 안 될 것 같아서 신경을 써요. 도둑이 들거나 불이 나면 어떡하나 걱정돼서 문이 잠겼는지, 가스불은 잘 껐는지 자꾸 확인해요. 괜찮다는 걸 알면서도 확인을 해야 안심이 돼요. 제가 생각해도 제가 좀 이상한 것 같고 엄마도 뭐라고 하시는데, 안 하면 불안해서 또 확인을 하게 돼요.



초등학교 4학년 한의진(남)






 자꾸 불안하고 걱정이 되는군요. 걱정은 나쁜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염려하는 거예요. 적절한 걱정과 긴장은 우리를 깨어 있게 하고 미리 준비해서 문제를 예방할 수 있게 해 줘요. 그런데 걱정이 지나치면 반대 효과가 나요. 걱정만 하고 효율적으로 행동하지 못하게 되거든요. 자기가 생각해도 심하다 싶을 정도로 필요 없는 행동을 반복하게 되니까요.

걱정하는 게 나쁜 게 아니라 자기 자신이나 가족들도 힘들어지면 그게 힘든거지 걱정하는 네가 나쁜 게 아니라는 사실의 안도.


 하고 싶지 않은데도 같은 생각이 반복해서 떠오르거나 행동을 반복하는 상태를 '강박증' 이라고 해요. 불안하니까 불안감을 없애고 잘해 보려고 애쓰는 행동이지요. 예를 들어 손에 세균이 묻어 있을까 봐 자꾸 손을 씻는 행동은 나와 가족을 지키려는 노력이에요. 혹시 내가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가 되는 나쁜 일을 하게 되지 않을까 걱정해서 반대 행동으로 무마시키려 하거나 자꾸 확인을 하기도 해요.

 강박증이 있는 사람들은 여리고 착한 성향을 가진 경우가 많아요. 사랑이 많은 만큼 열심히 강박 행동을 하면서 불안감을 없애려 해요. 그러나 결국 자기 자신을 힘들게 하고 가족들도 힘들게 하는 걸 보면 올바른 노력이 아닌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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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피곤해서 잠들고 아빠가 아직 오지 않으면 문을 잠그고 불을 끄고 가스를 확인하고 또 누워서 생각하다 다시 한 번 문을 잠그고 잠이 들었다. 열쇠를 잃어버릴까 봐 목에 걸고 있으면서도 만지작 거렸고 다 커서도 술집이나 숙박업소에 갈때면 불이나면 어떻게하지 하는 생각이 나를 불안하게 했다. 괜찮다는 걸 알면서도 사실은 괜찮지가 않고 나의 불안을 상대에게까지 전염시킨다. 다른 사람들은 이상하다고 이해가 안간다고 하지만 어쩐지 불안하고 만약에 그런 일이 생기면 나의 부주의함을 혐오하게 될 것 같아서. 여리고 착한 성향. 아마도 무언가를 지키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니까 그렇게 확인하고 돌아보고 두려워하는 것이다. 내 동생의 자폐적인 집착 역시 천성이 착하고 불안하기 때문일 거라고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었다. 무엇이 나와 내 동생을 안심시킬 수 있을까. 사랑이겠지. 그 사랑이란 건 얼마나 넓고 깊고 튼튼해야하는걸까. 결국은 나 자신을 믿지 못함으로 그 순간 불안해지는 게 아닐까. 이래도 저래도 내가 할 수 없는 일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고 나서야, 내가 한 일에는 반드시 내가 책임진다. 그게 변명이든 정당한 사유든, 그렇게 마음 먹고 사랑받아서 안심할 수 있게 됐다. 


 세상에는 불확실한 게 너무 많아요. 통제할 수 없는 일이 많다는 뜻이에요. 이렇게 될 거라 예상했는데 그렇게 안 되는 것도 많고, 뜻하지 않게 안 좋은 일이나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생기기도 해요. 혼란스럽고 불안하니까 어떻게라도 스스로 확실한 규칙을 만들고 안전하다고 느끼고 싶어해요. 뭔가 규칙을 만들어 놓으면 마음이 편할 것 같고 안심이 되거든요. 그런데 그 마음이 지나치면 필요 없는 생각과 행동을 반복하게 되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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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편안하고 다른 어떤 감정도 더 필요하지 않다. 지금이 좋다는 걸 알면서도 상대에게 확인하고 싶어하는 나의 마음도 이런 강박일 수도 있다. 


 어떻게 하면 이런 과도한 걱정과 강박증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걱정을 떨쳐내려 하기보다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하면 돼요.

 "너는 걱정해도 된단다.

 너는 그렇게 사랑해도 된단다."

 

이렇게 자신에게 이야기해 주세요. 걱정에서 빠져나오거나 강박증을 미워하면서 그런 행동을 하지 않으려 애쓰지 말고, 함께 숨 쉬고 있다 상상해 봐요.

 '진인사대천명' 이라는 말 들어 본 적 있나요?

 할 일을 다 하고 하늘의 뜻을 기다린다는 뜻이에요. 즐겁게 최선을 다하는 것까지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에요. 

내가 엔도슈사쿠가 든 사과와 양파의 예시와 즐겁게 사는 것이 주님이 우리에게 바라는 것이라는 말에 안도할 수 있었던 까닭이다. 아무리 걱정하고 노력해도 나는 그 이상은 할 수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일까지만 열심히 하고 즐겁고 행복하게 사는 일이 나의 사명이라면 좀 무거운 것 같지만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다.


할 수 없는 일까지 다 하려고 하면, 버거워서 마음의 평화와 균형이 깨져요. 우리를 위해 열심히 일해 주고 좋게 이끌어 주는 우리 안의 생명의 힘을 믿고 자신을 맡겨 봐요. 어떤 상황이든 결국은 우리에게 좋게 작용한다는 사실을 믿는 게 중요합니다.


 강박증은 유달리 감각이 예민하고 조절이 안 되는 사람들에게 잘 생겨요. 불안할수록 사람들은 감각도 예민해지게 되고, 불확실한 상활을 통제하기 위해 자신에게 익숙한 감각을 자꾸 사용하려 하거든요. 눈이 예민한 친구들은 자꾸 물건의 줄을 맞추거나 방바닥에서 머리카락을 잡아 내면서 불안감을 없애려 해요. 손바닥 감촉이 예민한 친구들은 뭔가 조금이라도 손에 묻는 것을 예민하게 느끼니까 손에 신경을 써요. 그러다 보니 씻어서 가장 알맞고 편안한 상태를 만들려고 해요.

풉, 웃자고 하는 소리지만 머리카락을 줍는 방법으로 강박증을 극복할 수 있는 오감은 아마도 안주셨나보다. 굶기도 마찬가지. 나는 일단 모르는 사람이 내 몸에 닿는 것 자체를 정말로 안좋아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슴이 닿는 게 정말로 싫어하는데 내가 예민한 부분인


 대부분의 강박증은 크면서 없어지기도 하니까 너무 걱정 말아요. 몸을 건강하게 하고 몸의 감각이 골고루 발달할 수 있도록 평소에 훈련을 하면 강박증에도 좋아요. 천천히 걷거나 스트레칭을 하면서 근육과 몸의 관절에서 나오는 감각에 집중을 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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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걷는 걸 좋아하나. 바람이 닿는 게 좋다. 역시 사람은 좋아하는 일과 순간을 분명히 알고 그걸 되도록 자주 하면서 아닌 것과 인것의 균형을 잡아주어야 하나보다. 가장 좋은 건 내 안에 있다. 이미 알고 있다.


놀이터에서 신나게 놀고 달리면서 회전운동이나 가속운동을 해 보는 것도 좋고요. 잠시 동안 하던 일을 멈추고 눈을 감은 채로 명상을 하는 것도 도움이 돼요. 강박증은 끊임없이 애를 쓰고 노력을 하는 병이거든요. 뭔가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나 노력을 잠시 멈추고 아무 것도 하지 않은 채로, 기다리는 시간을 가져 보세요. 처음에는 3분 정도만 한다 생각하고 시도해 본 뒤, 점차 늘려 가는 것도 좋아요.









+ 부모님께

아이가 강박적인 행동을 할 때 혼내지 마시고 아이가 갖고 있는 깊은 사랑을 알아차려 주세요. 강박증이 잘 없어지지 않으면 심리 치료와 소량의 약물 치료를 받는 것도 고려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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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강박증적인 행동에 대해서 한 번도 엄마 아빠가 하지 말라고 한 적이 없었다. 그랬던 거 같다. 그래서 어른이 되고 자연스럽게 그런 일들이 강박은 아닌 단계로 내려가게 된 거 같다. 그러고보면 아프고 안아프고의 차이지 동생과 나는 참 비슷하구나. 동생의 강박을 인정하는 일이 엄마 아빠 그리고 나 자신에게도 힘들었던 일이었던 걸 생각해본다. 어떤 일이 생겨도 그 누구의 탓도 하지 말고 이 다음의 일을 생각해야지. 아직 내가 아이를 낳으려면 시간이 남았지만 나 개인의 경험이나 치유를 넘어 아이나 결혼으로까지 생각할 수 있게 된데는 분명히 지금 나의 일이 한몫 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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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아파서 그런 거예요, 손성은. 웃는돌고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