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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위로

후회가 콜라의 탄산처럼

김곰곰 2012. 6. 15. 21:01

와, 이런 표현력이라니.




 얼굴이 빨개진 호진이가 주먹을 치켜들었다. 애들이 우우 소리를 내며 물러서는 순간, 내 손이 호진이 팔을 움켜 쥐었다. 나도 내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생각아리는 걸 하기도 전에 내 손이 그렇게 움직였다고나 할까.

 팔을 움켜잡는 순간 나는 깨달았다. 호진이는 변성기만 겪고 있는 게 아니었다. 팔뚝 근육도 나랑은 비교가 안 되는 애였다. 

 "이, 이러지 마."

 내가 한 말은 고작 이거였다. 애들의 휘둥그레진 눈. 그 중에서도 재영이 얼굴이 보름달만하게 눈에 잡혔다. 나는 쥐구멍에라고 숨고 싶었다. 1초도 안 되는 순간에 괜히 나섰다는 후회가 콜라의 탄산처럼 분명하게 온몸으로 퍼져나갔다.





엄마는 내 기분 같은 건 죽어도 모를 것이다. 엄마는 늘 엄마가 옳은 줄 안다. 그렇게 믿고 만족할 때 아들은 딱 기절해 버리고 싶어진다는 걸 언제나 알게 될까.






 이삿짐을 보니 영서네가 아프리카로 떠난다는 게 실감났다. 아프리카에는 꼭 필요한 것만 부치고 나머지는 시골 할머니 댁으로 보낼 거란다.

 영서는 눈을 내리깐 채 콩만 골라냈다. 아직도 콩을 싫어하는 모양이다. 이사 가면 친구도 없을 텐데. 아프리카에는 말도 다르고 생긴 것도 다른 사람들뿐이라 더 외로울텐데. 그런 데로 가면서 자기 물건도 다 못 가져가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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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청한 편지가!, 황선미 글. 시공주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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