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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슬픔이 없는 십오초, 심보선. 문학과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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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나아갈 방향을 못잡고 있을 때, 정체되어 있거나 정리되지 않은 일들이 잔뜩 쌓여있을 때 마음이 무거워서 고요하다. 침전되는 기분. 무언가가 이 상황을 바꿔주길 바란다. 무언가를 좋아하게 되거나 새로운 모습으로 되길 바란다. 지금이 나빠서는 아닌데 자꾸만 성장하고 싶은 것 같다. 더 좋아지기를 바란다. 하지만 무언가 막연하다. 그럴 때는 여행이 가고 싶어지거나 바다를 보고싶어진다. 그러나 그럴 수 없을 때 가끔 눈앞에 보이는 걸 따라 그리거나 책을 펼쳐 읽는다. 소설의 아무 페이지를 펼치거나 시집에서 목차를 곰곰히 살핀다. 그리고 마음을 잡아끄는 단어를 고른다. 그 단어의 사전적 의미를 한번 더 확인하고 시를 읽어내려간다. 나에게 환멸을 주는 것은 무엇인가,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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