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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할 일







가만히 앉아 숨쉬기


모든 구멍에서 나오는 구리고 비린 나를 들이마시기
제 못난 곳을 악착같이 감추어오다 감춘 사실마저 낱낱이 들키기
생긴 대로만 앉아 있어도 저절로 웃기는 놈, 비열한 놈, 한심한 놈이 되기
머리통에 피가 몰리는 기억을 꺼내 터진 뇌혈관 다시 터뜨리기
단단한 벽으로 된 입과 귀에다 깨지기 쉬운 간절한 말을 쑤셔 넣기
욕이 되려는 분노를 억지로 우그려뜨려 누르고 밝게 웃으며 대답하기
터져 나오는 비명을 녹여 나에게만 들리는 진한 한숨으로 바꾸기
숨구멍 막는 끈끈한 가래 같은 숨을 조심조심 뚫어가며 숨쉬기
긁으면 더 가려워지는 가려움, 긁느니 잘라내고 싶은 가려움을 긁어 키우기
고삐를 잡아 쥐고 있는 힘을 다해 잡아당겨도 안오는 잠을 강제로 자기


그냥 있기만 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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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라진다 갈라진다, 오늘의 할일. 김기택. 문학과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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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야한다면 해야하는 편에 가까운 일들이 눈 앞에 무수히 쌓여갈 때의 막막함과 아득함에 가장 명쾌하게 할 수 있는 일들까지도 끝에 끝까지 두고 보는 일. 할 수 있을 때는 하고 할 수 없거나 하기 싫을 때는 그저 지켜보는 일. 어느 정도 고생을 하더라도 그 고생은 대가이고 그만큼 배울 수 있으니까. 그래, 일은 하고 있는거니까 단품 관리야 찾아서 쓰기 나름일거고 숙소 예약. 그 정도는 내 마음대로 해도 되겠지. 뭐라도 되겠지. 어쨌든 이제 삼일 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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