털모자에 긴팔 긴바지를 입고 인천에 도착했다. 공항철도를 타고 홍대까지 오는 길에 생각한 것들 - 더운 줄 모르겠는데 사람들 옷차림이 많이 얇네 - 가기 전에는 한참 마른 사람이 많았는데 오늘만 그런건지, 통통 뚱뚱한 사람이 많네 - 왜 한국 기차에서 나오는 뉴스에 중국 자막이 나오냐 - 이종석을 보다가 김수현을 보면 아, 하고 잘생겼다고 느껴지는 구나 - 오후 3시 반인데 대체 왜 이렇게 기차에 사람이 많은걸까 - 미세먼지 심하다더니 오늘은 생각보다 맑네 시댁에 도착해서 방에 짐 두고 모자를 벗고 머리만 하나로 질끈 묶고 이모할머님하고 어머님, 아버님, 신랑 같이 낙지 볶음과 연포탕으로 저녁을 먹었다. 가는 길 내내 이모 할머님이 손도 잡아주시고 이야기도 잘 들어주셔서 참 감사하고 기분이 따스해졌다. ..
삼촌의 생신이었다. 그 동네는 너무 멀고 아직 차 보험 처리도 안되고 핸드폰도 아직이라 가지 못했다. 뉴질랜드는 비가 무척 많이 내렸다는 이모의 이야기를 들으니 그 집이, 변덕스러운 그 겨울이 떠올랐다. 여행을 하면서 또 한국에 돌아와서 느낀 건 영어만 하면 그 삶을 가질 수 있는 기회가 생길 수도 있는거구나, 그러면 할 수 있을 것 같다. 있는 동안은 사실 마음을 정하지 못해서 하면 하고 아니면 말고 하는 마음 때문에 영어가 부담스러웠는데 이제는 이 삶이 아니라 다른 곳으로 가기 위한 하나의 열차 같은 것이란 생각이 든다. 시간을 맞춰서 개찰구를 통과하고 플랫폼에서 기다려야 열차를 탈 수 있으니까. 그런 준비라면 해야하는구나, 기꺼이 해야지. 그렇게 생각하게 되었다. 우리는 공기계를 가지고 있으니까 삼..
수아도 보고 둘째언니하고 신랑하고 같이 된장찌개에 매실장아찌에 밥을 먹고 역으로 갔다. 무려 폭스바겐을 타고 네다섯 군데 집을 둘러봤다. 606호 그 집은 층고도 높고 좁긴해도 창도 아주 크고 앞에 가리는 것 없이 하늘도 집들도 많이 보여서 집에 있으면 기분이 좋을 것 같았다. 버스 정류장이 앞에 있긴 하지만 혹시나 회사에 다녀야하면 나다니기가 쉽지 않은 곳이라는 점이 마음에 걸렸다. 그래도 2층에서 매일 밤 지는 해를 바라보는 건 꽤 멋진 일이 될 것 같았는데 조금 아쉽다. 은행에 들러서 몇 개의 통장을 정리하고 배가 고파서 또 연희김밥에 들러서 한줄씩 먹으면서 다른 역으로 갔다. 가까운 길을 돌아가는 버스였다. 그 지역에 있는 거의 모든 오피스텔을 다 둘러보았다. 생각해본 적도 없었는데 생각보다 훨씬..
오늘은 머리를 자르고 목욕탕에 가서 때를 밀었다. 신랑이 아파서 집에 누워있었기 때문에 혼자 보내는 시간이 생겼다. 가는 길에 야쿠르트 아주머니를 만나서 콜드브루하고 야쿠르트를 샀다. 가는 길에는 시장 구경을 했는데 뭐가 이렇게 다 비싼지 잠옷이랑 버터를 사지 못하고 콩나물, 우유 두팩, 오뚜기 쫄면을 사서 집으로 돌아왔다. 서방 콩나물국을 끓여주고 주방 청소를 하고 음식물 쓰레기하고 분리수거를 하러 집앞에 다녀왔다. 내일은 친정에 갈 거라서 가까운 타이어 하는 집에 가서 차 타이어 4개를 모두 교체했다. 호주에서도 차를 썼지만 왠지 여기서는 더 비싼 거 같다고 생각했다. 역시 차를 굴러가게 하는 건 돈인 것인가. 화장품 매장에 가서 회원가입을 하고 할인을 받으려고 했지만 어쩐 일인지 가입이력이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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