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왔다. 얇은 기모 후드티를 입고 나갔을 때 몸에 와닿는 바람의 서늘함이 딱 기분 좋은 계절! 언제나 계절이 바뀔 때 즈음 느껴지는 쓸쓸함과 기대감 같은 게 좋다. 6개월 이라는 시간 동안 여름만 살았기 때문에 얼른 니트도 입고 싶고 가디건도 입고 싶어서 그렇게 가을을 기다렸건만 가을겨울 옷이 하나도 없는 우리는 추워지면 곤란하다 T_T 어머님이 어제 한국에서 선편으로 가을 겨울 옷을 보내주셨고 엄마 편으로 난방 텐트하고 온수 매트를 받으려고 한다. 아, 겨울 준비를 한다고 보리차를 끓이고 옥수수를 삶아 먹으면서 둘 다 추위를 많이 타는 우리는 어제부터 급격히 추워져서 난방 용품을 급히 찾아보고 있다. 자고 일어나면 서늘한 건 물론이고 자는 내내 코와 목이 쎄한게 수면양말을 신고 자야하는 날씨가 됐..
그렇다면 무엇이 우리를 타인과 다르게 만드는가? (중략, 결론) 증명할 길이 없다. 그렇다면 취향이다. 내 영혼의 풍향계가 그 많고 많은 티셔츠 중에서 어느 하나를 고른다. 아무 계산도 없이 즉흥적으로. 그리고 한 인간의 인생이란 그런 선택의 연속으로 이루어진다. 그 때문에 톨스토이가 어딘가에 '취향이란 인간 그 자체다' 라고 쓴 문장을 읽으면 우리는 그냥 공감할 수밖에 없는 게 아닌가 싶다. 결국 취향이란 자신이 속한 공동체의 기호나 규율이 아무리 방해해도 자기만의 경험을 통해 자신이 진정 좋아하는 것, 사랑하는 것, 재미있는 것, 아름다움을 느끼는 것을 찾아내어 그것들과 함께 삶을 더 잘 즐기기 위한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아주 간단한 거다. -나는 항상 패배자에게 끌린다, 김경. 달. + '우리는 ..
세상에서 제일 오래된 놀이공원, 비포선라이즈의 촬영장소. 이 두가지가 내가 프라터에 가고 싶었던 이유. 그리고 또 중요한 두 가지는 혼자가 아니었기고 원래 '놀이공원과 동물원' 이라는 장소를 좋아하는 나의 유아적 취향 때문이다. 11월부터는 문을 닫고 3월에나 문을 다시 연다고 한다. 문을 닫기 거의 직전의 공원이었던 것 같다. 밤이었고 타고 싶은지 아닌지 고민하는 사이에 공원에는 하나씩 불이 꺼졌다. 그래서 고민할 것 없이 공원 밖으로 유유히 나온 우리. + 온갖 조명으로 화려하게 돌리고 있는 대관람차 옆에서도 그 위용이 돋보이는 달님. 유럽에 있는 내내 만월 기간이라던지 그런거였을까. 엄청난 달과 함께한 여행. 짧은 시간 있었을 뿐인데 돌아와서 제일 먼저 생각이 났던 보라색 대관람차. 사진이 없어서 ..
, 결국 절묘하게도 '지금이다' 싶은 순간이 찾아왔다. 이런 내 결정이 과감해 보이지만, 사실 떠나야겠다는 마음을 먹은 후 실제 퇴사를 단행하기까지가 가장 힘들었다. 드라마에는 "그만두겠습니다!" 하고 사표를 책상에 메다꽂는 장면이 흔히 나오지만, 현실 속 시시한 봉급쟁이인 내겐 무리였다. 퇴사하겠다고 말하는 건 가슴속에 든 밤송이를 게워 내는 듯 불편하고 고통스러웠다. 수없이 많은 고민을 하고 지인들과 상담했는데, 누군가는 용감하다 격려했고 누군가는 무모하다 만류했다. 모두가 일리 있는 견해였고 나를 생각해준 조언이었다. 진부한 결론이지만, 결국 선택도, 결과에 따른 책임도 내 몫이었다. 단순히 방이 못나고 부대시설이 낡은 것이 아니라 '이 방에는 절대 돈을 쓰지 않으리라'는 집주인의 의지가 느껴져서 ..
삶의 가장 큰 즐거움은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가만히 상상해보았다. (중략, 뛰어넘고-) 물론 세상은 좋아하는 일을 맘껏 하라고 내버려두지는 않는다. 게다가 좋아하는 일 역시 나름대로의 고통을 동반하기 마련이다. 미녀들은 보통 내가 감당할 수 없었고, 돈은 항상 부족했다. 건축 설계는 하면 할수록 공부해야 할 것들이 많아지는 느낌이었다. 모든 가정에는 최소한 한 가지 이상의 말 못할 고민이 존재했고, (블라블라, 결론은) 그래서, 다른 것들을 이룰 수 있는 시간은 아직 많을 거라고 애써 자위한 뒤, 일단 나는 내가 좋아할 수 있는 도시들을 찾아 떠나기로 했다. 유사점이라고는 하나도 없을 거 같은, 각각의 대륙에 따로 떨어져 있는 세 도시인데다 몇 달씩의 터울을 두고 다녀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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