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저 그런 학생으로 지내면서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는데 온 힘을 기울였고, 그저 그런 청년으로 살면서 내가 좋아하는 일을 잘 하려고 노력했다. 직업을 찾기 보다는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일이 어떤 일인지 찾아내려고 노력했다. 그러니까 마흔 이전에는 절대로 절망하면 안 되고, 내 인생이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체념해서도 안 되는 거다. 소설을 쓰기 위해서는 낭비해도 괜찮다는 신념이 필요하다. 낭비를 낭비로 느낀다면 곤란하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어렸을 때부터 낭비를 생활화해왔다. 시간을 절약한다거나(아니, 그 많은 시간을 왜?) 잠을 줄인다거나(아니, 푹 자도 시간이 남던데) 하는 일은 거의 해본 적이 없다. 선택하기 위해 결정하는 방식은 언제나 똑같다. 하나를 취하면 하나를 버려야 한다. 버린 것은 돌..
시간이 참 빠르다. 이제 일주일만 있으면 호주에 온지도 한 달이라니. 오늘은 이유도 모르고 쉰 날. 이유가 있겠냐만은 그래도 이틀 몰아서 쉬는 게 컨디션에 좋은데 팀 스케줄 따라 움직이는 거니까 별 수 없지. 마침 데이오프가 같아서 H씨네 커플과 함께 아점으로 얌차에 다녀왔다. 얌차는 차를 마시며 식사한다는 의미인데 정말로 천천히 차를 마시면서 조그만 차에 음식을 싣고 다니는 직원이 우리 앞에 오면 그 중에 맛있는 음식을 선택해서 먹으면 되는 방식이다. 광동식 음식으로 우리가 아는 국수나 밥, 탕수육 같은 음식보다는 딤섬이나 내장 등 새로운 요리를 많이 맛볼 수 있다. 네 명이가서 가지, 두부, 소의 위로 추정되는 내장, 닭발, 크리스피한 빵을 만두피 같은 걸로 감싼 프라이 누들, 얇고 흐물거리는 만두피..
이런 상태로 게스트 하우스 침대에 앉아 쉐어를 중심으로 3일 내내 찾았다. 첫 날은 여유롭다 둘째 날은 조바심이 들고 인스펙션하고 돌아오는 길엔 조금 더 찾아보자고 여유를 가지려고 노력했지만 삼일 째 아침은 더디오는 트레인을 핑계로 살짝 다투기도 했다. 마음에 들고 가격도 합리적인 집을 찾기가 어려워서 큰 마음 먹고 렌트까지 눈을 돌려서 찾아보다 처음 만난 집이 이었는데 그 집이 우리가 함께 사는, 함께 고생하며 알아본 첫 집이 되었다. 오늘 아침에 인스펙션을 하고 디파짓 없이 예약을 걸어둔 쉐어가 있었는데 그 집의 장점은 차이니스 오스트렐리안과 산다는 것이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너무나 완벽한 영어를 구사하는 친구들과 살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었다. 이거야말로 여기서 밖에 할 수 없는 경험이고 심..
너도 나만큼 뭐가 궁금하구나? 호주에 온 첫 날. 시드니는 얼마나 넓은지 감도 안온다. 밤 12시에 타서 밤을 꼬박 날아서 새로운 땅에 한낮에 도착했다. 특별히 들뜨거나 특별히 두려웠던 건 아니었는데 그래도 난생 처음으로 가는 나라에서 1년이나 살겠다는 생각을 하니 도착이 가까워질 수록 멍하니 바깥을 쳐다보게 됐다. 언젠가부터 비행기 타는 게 힘들어서 복도 쪽 자리를 선호했는데 이번에는 맨 끝 마지막 창가 좌석에 탔는데 참 좋았다. 하늘 위에서 보니 참 산이 많다, 물 색깔이 필리핀하고는 많이 다르네, 집들은 두집 건너 한집은 빨간 지붕을 하고 있네 뭐 그런 걸 기억할 수 있을테니까. 저가항공이었지만 맨 뒤에 아무도 없어서 의자를 최대한 뒤로 제끼고 다리를 쭉 뻗고 갈 수 있었다. 한 밤 중 비행기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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