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욕이 없지는 않지만 그다지 많은 편도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지나고 보면 언제나 쓸데없이 많은 걸 끌어안고 살고 있다는 생각은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때는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면서 물건을 사곤 하는데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신랑이 패드를 산다길래 나도 책 열심히 읽고 공부할지도 모르니까 하고 덥썩 샀고,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겨울이 온 줄 알고 한국에서 부랴부랴 온수매트랑 난방텐트도 샀다. 옷의 가짓수가 없어서 외출복을 잠옷으로도 입었더니 빨래를 너무 자주해야하는데 새벽에 나가서 저녁에나 들어오니까 볕이 좋을 때 빨래를 말릴 수가 없어서 곤란했다. 그래서 나 잠옷이요 하는 겨울 잠옷도 샀다. 바다에 가서 물놀이 하는 사람도 많지만 누워서 책 읽고 쉬는 사람도 많아서 그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짐이 ..
우리는 아이히만을 어떻게 설득할 수 있을까? 바로 이것이 아렌트가 직면한 문제였다. 스스로 책임이 없다고 주장하는 아이히만에게 그녀는 '순전한 무사유sheer thoughtlessness'의 책임을 부과한다. 아이히만은 자신에게 부여되었던 상부의 명령이 유대인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그리고 유대인의 입장에서 자신이 수행할 임무가 어떤 의미로 다가올지 성찰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아렌트는 더불어 살아가는 삶에서 '사유'란 하지 않아도 상관이 없는 '권리'가 아니라 반드시 수행해야만 할 '의무'라고 강조한다. 베버가 지적했던 것처럼 현대 사회는 분업화와 전문화의 과정을 통해 구조화된 사회이다. 분업화와 전문화가 심해지면 심해질수록, 우리는 서로에게 대해 무관심해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우리는 같은 조직에 속해..
"이젠 싫어. 밤이 되는 게 싫어. 엄마 아빠가 싸우는 소릴 듣는 게 싫어." 검둥이는 가만히 누마다의 얼굴을 보고, 당혹스러운 듯 꼬리를 살포시 흔들었다. (어쩔 수 없습니다. 산다는 게 다 그렇습니다.) 검둥이는 그 때, 대답했다. 어른이 되어서도 누마다는 당시의 일을 떠올리고, 검둥이가 분명히 소년인 그에게 이야기를 해 주었다고 생각한다. "아빤 엄마랑 따로따로 살자고 말씀하셨어. 난 어떡하지?" (어쩔 수 없습니다.) "아빠랑 살면 엄마한테 미안하고, 엄마랑 살면 아빠한테 미안한 느낌이 드는데." (어쩔 수 없습니다. 산다는 게 다 그렇습니다.) 검둥이는 그 무렵의 그에게는 슬픔의 이해자이고, 이야기를 들어 주는 단 하나의 살아 있는 존재이며, 그의 동반자이기도 했다. - 깊은 강, 엔도 슈사쿠.
살금살금 문을 열고 들어가자, 조용히 "다녀오셨어요?"하고 인사를 한다. 때는 새벽 2시. 그래도 그녀는 화를 내지 않는다. 왜냐하면 마르타이기 때문에. (마르타는 성서에 나오는 여인. 참고로 엔도슈사쿠는 일본에서는 매우 드문, 종교를 가진 작가. 카톨릭 계 작가이다.) (블라) "아니, 친구 녀석이 술 한잔하자는 바람에...... . 거절을 했는데도 그 녀석이 사람들 앞에서 빈정거리잖아.. (-블라) "됐어요. 이게 어디 하루 이틀 일인가요? 하지만 저는 당신이 취해서 교통사고라도 났나 싶어 잠도 못자고 걱정하고 있었단 말이에요." "걱정은, 내가 뭐 어린앤가?" "하지만 당신은 내가 당신 걱정을 하고 있으리라고는 손톱만큼도 생각하지 않잖아요?" 이때부터 슬슬 여자들의 비약적인 논리가 전개되기 시작한다..
살아생전 그는 아무리 고통스러운 경험이라도 인생에서 쓸모없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말을 자주 강조했으며 그것이 그의 철학이기도 했습니다. - 엔도 준코 (남편 엔도 슈사쿠의 [회상] 번역 한국판 출간에 붙여) 그러면 마음이 상한 나머지 자기 경멸의 감정이 물밀듯이 밀려와서 자신이 이 세상에서 가장 비참한 사람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마음으로 마음을 얻고자 해도 오히려 마음을 잃어버리는 마음이어라. 잇펜(一遍) 선을 행하는 것 못지않게 일부러 악을 행하는 것도 사실 꽤 어려운 일이다. 나처럼 보잘 것 없는 사람은 큰 악행을 저지르려 해도 대단한 노력과 용기가 필요하다. 오늘날까지 수없이 작은 악행을 되풀이해 왔지만, 다행히도 큰 악과 손잡고 인생을 망치는 일은 없었다. 나의 소심함과 나약함이 오히려 큰 도움..
- Total
- Today
- Yesterday
- Days for Tripper
- I LOVE THAT!
- Old Document
- 녹차와 양갱의 나날
- COSMIC GIRL
- 맹물다방 maengmul.com
- 삐삐
- Chez moi
- Yujin's Organic Food Table (Th…
- 빈꿈 EMPTYDREAM
- 심심책방
- 소소한 테이블
- Francophile ou Francophobe ?
- Lifelog of YJ
- you may have it? - fashion blo…
- 하쿠나마타타
- 유년기의 끝
- 윤화비의 우유같은 다락방
- 케이의 일본생활
- 토종감자 수입오이의 세계여행
- 언젠간 먹고 말거야
- 보심 - 독서와 여행의 수첩
- k a f k a p h o t o . c o m
- 방콕댁 먹고 노는 이야기
- 사진과 이야기 :: 사진과 이야기
- 김애란
- 삶
- 경험
- 사랑
- 박완서
- 결혼
- 책
- 행복
- 김연수
- 여행
- 나츠메 소세키
- 아빠
- 가을
- 엄마
- 신경숙
- 마음산책
- 일
- 요시모토 바나나
- 친구
- 천명관
- 문학동네
- 창비
- 문학과지성사
- 시간
- 무라카미 하루키
- 신랑
- 모던패밀리
- 위로
- 태그를 입력해 주세요.
- 여름
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2 | 3 | 4 | 5 | 6 |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