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약은 맛있다 나는 어린 시절 파리잡기에 평생 쓸 집중력과 담력을 모두 소진해버렸다. 어른이 되어감에 따라 점점 산만해지기만 했다. 여태껏 인생을 살면서 그만큼 열심히 했던 작업이 또 있었던가? 게다가 성과도 좋았다. 다섯 살에는 천재였는데, 스무 살에 보통 이하가 되어버렸다. 칼피스를 싫어하는 아이도 있을까? 마실 때마다 감동했다. 나의 칼피스 사랑은 평생 이어졌다. 지금도 하얀 바탕에 파란 물방울무늬를 보면 기분이 좋다. 칼피스를 마실 때마다 어릴 적 감동이 되살아난다. 어린 시절이 마냥 즐거웠던 건 아니다. 몇몇 행복했던 순간을 칼피스가 여름의 밝은 햇살과 함께 떠오르게 한다. 2. 달님 달은 나를 자꾸만 과거로 데려간다. 달은 보는 것이다. 3. '문제가 있습니다'까지 우리가 앉아 있는 곳에 ..
연중 제16주일 / 농민주일제1독서 예례 23,1-6제2독서 에페 2,13-18복음 마르 6,30-34 복음 마태 6,30-34 사도들이 예수님께 모여 와, 자기들이 한 일과 가르친 것을 다 보고하였다. 그러자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너희는 따로 외딴곳으로 가서 좀 쉬어라." 하고 말씀하셨다. 오고 가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음식을 먹을 겨를조차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따로 배를 타고 외딴곳으로 떠나갔다. 그러자 많은 사람들이 그들이 떠나는 것을 보고, 모든 고을에서 나와 육로로 함께 달려가 그들보다 먼저 그곳에 다다랐다. 예수님께서는 배에서 내리시어 많은 군중을 보시고 가엾은 마음이 드셨다. 그들이 목자 없는 양들 같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주기 시작하셨다. + 예수님은 ..
삼촌이 내게 했던 말이 떠올랐다. 사람이든 주식이든 사연이 많은 건 함부로 건드리는 게 아니라고. 그 말이 맞는 것 같다. 하기야 사연으로 따지면 나처럼 사연 많은 아이도 없을 거다. "야가 너무 순진타 아이가. 니 나이 때는 춤도 추고 깔나게 놀기도 하고 연애도 쪼매 하고 그러는 기 재미 아이가. 너무 순진해도 몬쓴다." 사실 나는 순진한 아이들은 싫다. 최소한 껌이라도 씹고 다리라도 떨어야 상대하고 싶다. 나는 모르는 척 홍야홍야 그냥 잠이 들었다. 언니가 순순히 나와 준다고 하니 울컥 고마움이 일었다. 이런 사소함에 너덜너덜한 감정이 생긴다는 것도 좀 웃긴다. 역시 가족이라는 건, 한 밥상에서 밥을 먹을 때와 위기 상황일 때 서로를 돌아볼 수밖에 없나 보다. 나를 이 꼴로 만들어야 속이 시원했겠지...
무엇보다도 나의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는 상황의 본질을 단 한장의 사진으로 포착하길 바랐다. 삶에 대한 개혁보다 인식을 강조, 결정적인 순간을 발견하는 것은 너무 이르지도 너무 늦지도 않은 제 때에 도착하는 것이다 라고 하였다. 브레송은 많은 사진을 통해 정적인 풍경에 뛰거나 달리는 아이들의 모습을 동적인 요소로 구성하는 것을 좋아했다. 사진작가들에게 있어 한번 가버린 것은 영원히 가버린 것이다.+ 비단, 사진작가들에게만은 아니겠지. 우리 인생에서 그 어떤 것도 되풀이, 아니 되돌릴 수 없다. 한번 지나간 건 지나가버릴 뿐. 다시는 절대로 똑같을 수없다. 그는 예외적인 대상들을 예외적인 눈으로 보기보다는 평범한 상황을 언제나 평범한 시각으로 바라봄으로써 보편적이고도 근원적인 본질을 더욱 분명하게 파악했다...
"여고생이 왜 남자랑 자는지 알아요? 나도 외로워서 그래요, 나도" 영화에서 가장 야할 수 있는 장면이 이 대사로 인해 정당성과 품격을 갖게 된다. - 은교는 어떤 여자인가. "관능적 여자다. 나는 관능을 '마음속 폐허'로 본다. 은교는 마음속에 폐허를 가진 여자다. 그녀는 일일곱 소녀의 외피를 갖고 있지만 사랑이 무엇인지를 태어날 때부터 본능적으로 이해하고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여자다. 이런 여자야말로 남자들의 로망이다." - 요즘 일부 작가는 대규모 팔로어를 끌고 다니며 사회적 목소리를 낸다. "문학은 이념에 봉사하는 것이 아니라 인생에 봉사해야 한다. 문학은 불행한 사람, 부자유스러운 사람, 상처받은 사람, 억압받는 사람들의 편에 서왔다. 그런 의미에서 문학 하는 사람들이 범좌파로 분류되는 것도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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