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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즐거운 인생을 살지 못했어. 미인인 데다 음악적인 재능을 풍부하게 타고났는데, 비참하게 죽고 말았어." 

 그렇게 두세 줄로 시로의 인생이 정리되어 버리는 데 대해 쓰쿠루는 약간 거부감을 느꼈다. 그러나 거기에는 아마도 시간 차 같은 게 있을 것이다. 쓰쿠루가 시로의 죽음을 안 것은 최근 일이고 아카는 그 사실을 알고 6년이라는 세월을 살았다.




그녀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겸손은 아주 좋은 미덕일 수 있겠지만 나한테는 안 어울려. 정말로 솔직하게 말해서 난 정말 눈에 안 띄는 존재였어. 학교라는 시스템에 별로 안 맞았던 것 같아. 선생님한테 귀염을 받은 적도 없고 후배들이 동경하지도 않았어. 남자 친구는 그림자도 흔적도 찾아볼 수 없었고, 끈질기게 돋아나는 여드름 때문에 고민도 했지. '왬!(Wham!)'의 CD를 전부 사 모았어. 어머니가 사다 준 촌스러운 흰색 면 속옷을 입었고. 하지만 내게도 좋은 친구가 몇 있었어. 둘 정도. 다섯 명 그룹처럼 친밀한 공동체까진 아니었지만 그래도 마음을 털어놓고 지내는 친구였어. 그 애들 덕에 피지 못한 10대의 날들을 어찌어찌 넘어설 수 있었던 건지도 몰라."

 "그 친구들하고 지금도 만나?"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응, 우리는 지금도 사이좋은 친구야. (중략)




그는 방으로 돌아와 핀란드 여행 준비를 했다. 어째 됐든 몸을 움직이면 생각을 하지 않아도 된다. 그렇지만 그리 많은 짐이 필요한 것도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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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무라카미 하루키.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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