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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tabungkay 마따붕까이로 읽기가 싫은 건..붕이라는 글씨가 주는 촌스러움 같은 거. 아침 8시에 렌트카를 타고 출발했다. 늦게 오는 기사분도 많다던데 30분 가까이 일찍 오셨다. 그러나 준비되지 않았으므로 시간을 지켜서 출발. 렌트카 자체는 편안하지만 첫번째 업체는 전날 돌연 연락을 받지 않아서 다른 렌트카를 알아봐야했다. 두번째 렌트카는 시작은 좋았으나 기사님이 오늘 운전 처음하시는 분인 것 같았다. 길도 모르시고 네비게이션도 없고 운전 센스도 없으시고 영어도 못하셨다. 3시간이면 도착할 것으로 기대했으나 4시간, 돌아올 때도 잠깐 잠든 사이에 정 반대 방향으로 가서 1시간이나 지연되었다. 그래도 안전운전 해주셨으니 다행이긴 하지만 T_T 


* 필리핀 렌터카 시에는 네비게이션이 있는지! 영어는 조금 하시는지! 절대 선금은 걸지 말 것! 


바다 낚시도 30분 정도, 호핑 투어도 30분 정도. 바닷가 발사에서 밥도 먹었다. 필리핀 쌀이 익숙치 않으셔서 많이 못드셨지만 물놀이는 즐기셨고 긴 운전에도 컨디션은 괜찮으셨다. 신랑에게 있는 긍정이라면 모두가 어머니에게서 온 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사람이 할 수 있다면 너희도 할 수 있다는 말로 언제나 응원하면서 키우셨다고 했다. 돌아오는 차에서 본 산 아래 타알 호수가 생각보다 멋있었다. 해가 지는 시간은 늘 좋은데 산 높은데서 움푹 파인 호수를 본다는 게 신기하고 파란 하늘에 투명한 상아색 둥근 달도 예뻤다. 예쁘고 신비로워서 계속 쳐다보면서 바뀌는 풍경을 계속 바라보았다. 이런 모습을 계속 보면서 산다면 그렇게 나쁜 것만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게 끝이 다가올 때가 됐다는 증거인지도 모르겠다. 모든 것에 참 기뻐하시고 칭찬부터 해주시는 어머님을 보면서 할머니 생각이 많이 났다. 어머님은 아마도 좋은 기억을 많이 가지고 계실 거 같다. 그게 5분이든, 50년이든 그 안에서 좋은 걸 더 많이 찾으시는 분인 것 같다. 그에 반해서 우리 할머니는 좋은 것도 좋다고 말하기가 어려웠던 사람인 거 같다. 왜 그렇게 인색해야했을까. 조금 더 일찍 정말 좋다, 너무 예쁘다라고 말할 수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보고싶은 할머니, 하지만 다시 볼 수 없는 할머니. 할머니가 돌아가신지가 벌써 9개월이나 되었다는 게 믿기지가 않는다. 그래서 엄마가 더 보고싶어졌다. 해외 여행이라곤 해본 적이 없는 우리 엄마. 남들 다 가는 백화점, 짝퉁시장, 커다란 왕궁, 유람선과 지하철. 세상의 그 모든 것이 우리 엄마에게는 처음일텐데 하는 생각이 드니까 마음이 이상했다. 엄마라고 가고싶지 않았던 건 아닐텐데 가지 못했던 오랜 시간과 남은 시간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었다. 할머니 기일 지나고 호주 날씨 보고 얼른 엄마 아빠를 초대해서 함께 시간을 보내야지, 아주 평범하고 아주 특별하게 엄마 아빠 평생 그때 거기는 참 좋았지 하고 얘기 나누실 수 있도록 해야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오랜 시간이 지나고 나면 신랑 예뻐하고 나도 예뻐해주신 어머니 생각을 하면 마닐라에서 보낸 시간이 생각나겠지 하는 생각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