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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장 싫어하는 일 중에 하나는 은행에 가고 동사무소에 가야하는 종류의 일들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직원들은 언제나 친절하고 은행에 가기만 하면 모든 일은 두번, 세번 가야할 일이 생길지 언정 다 해결되니까 사실은 별 일 아니다. 내가 나임을 증명해야하는 일을 앞에두면 괜히 신경이 곤두선다. 너무나 많은 설명이 필요한 것도 귀찮고 많은 이야기를 들어야하는 것도 귀찮고 그걸 매번 기억해야하는 것도 괴롭다. 이 다음에 거길 갔을 때, 그 전의 일들을 복기해야만 하는 게 성가시다. 예를 들면, 지난 10년 간의 출입기록을 날짜까지 쓰라는데 이런 게 정말 싫다. 싫어하는 가장 이유는 이런 일을 귀찮다고 생각해버리는 탓에 이런 일들에 유독 기억력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내 일인데도 어쩌면 이렇게까지 뭐가 기억이 안나는지 열 손가락을 몇 번이나 접었다 펴야 기억나는 나의 인생이라니. 졸업년도, 입학년도까지는 이력서 쓰는 내내 달달 외워서 지금도 기억하고 있지만 비자 발급일, 퇴사일, 입사일 같은 걸 어떻게 다 기억할 수가 있을까. 정말로 귀찮기 이를 데 없다. 몇 번이나 이 지난하고 귀찮은 과정을 더 거쳐야한다고 생각하니 큰 터널 입구에 서 있는 기분이다. 그래도 한숨을 푹푹 쉬고 있으면 뭐가 힘들어? 도와줄 수 있는 건 뭐든 도와줄게 하고 말하는 서방이 있어서 오늘도 다행이다. 모쪼록 집착을 발휘하여 단번에 해결할 수 있도록, 더 귀찮아지지 않도록..으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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