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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 /시드니

2015년 10월부터

김곰곰 2017. 1. 21. 22:20
엄마를 못본 지가 일년 하고도 삼개월이나 되었다. 너무 보고싶네 엄마가. 이제는 엄마가 보고싶다고 울거나 불안해지는 나이는 지났나보다. 엄마를 생각하면 눈물이 나진 않는데 엄마 냄새도 맡고 싶고 엄마 손도 잡고 싶다. 다행인건 이렇게 멀리, 오래 떨어져 있는데도 엄마 걱정이 덜하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같이 지내다 처음 떨어져 지낼 땐 너무 마음이 안좋았고 두번 째 떨어져 지낼 땐 처음보다 덜했고 세번 째 떨어져 지낼 땐 공부 하느라 바빴고 처음으로 엄마랑 심하게 싸우기도 했었다. 네번 째 떨어져 지낼 땐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었다. 엄마아빠가 너무 보고 싶어서 주말이면 기꺼운 마음으로 집으로 향했다. 가끔 일이 많아 못가는 주말이 너무 싫었다. 그렇게 서로가 없어도 잘 지낼 수 있는 방법을 천천히 배워나갔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마 지금이 엄마랑 헤어지는 첫 순간이었다면 지금처럼 건강하게 지낼 수 없었을테니까. 같이 밥 먹으면서 티비보고 종알종알 이야기하다 엄마 숨소리가 고르게 들리면 그때 잠들어서 어린 딸처럼 늦잠을 실컷 자고 일어나 목욕탕도 가고 엄마가 운전하는 차 옆에 앉아서 나도 몰랐던 고민을 이야기하고 싶다. 맛있는 것도 많이 사주고 좋은 것도 사주고 나는 운전을 못하니까 서방이 운전도 좀 해주고. 그렇게 며칠만 지낼 수 있으면 좋겠다. 사는 핑계로, 멀다는 이유로 엄마랑 시댁을 너무 오래 못보고 살지 않았으면 하고 생각해본다. 일년에 한번은 여행도 가고 한국에도 가고 그럴 수 있는 삶이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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