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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 /시드니

잘못된 선택은 없다

김곰곰 2017. 3. 4. 22:24

여기에 머물 것인지 여기가 아닌 다른 곳인지를 결정하는 일은 늘 어려운 문제다. 인생은 정말 선택의 연속이다. 며칠 전에 인터뷰 기사인지 누군가의 포스트에서 본 한 줄을 계속 생각하게 된다. 잘못된 선택은 없다. 지금 내가 한 선택이 어떤 인생을 만드는 건 아니다. 인생이란 성실한 하루하루의 축적으로 만들어지는 아주 커다란 그림 같은 거니까, 그걸 알면서도 조금 더 확실한 것 분명한 것 안정적인 것 같은 걸 기대한다. 생각해보면 그 안전과 분명함이 과연 평생 득이 되는 일인걸까? 그렇지도 않을거다. 더 즐거운 일, 더 신나는 일, 더 가치있는 일을 하면서 그 기억이 삶에 대한 애착이 되고 더 살고 싶어지는 매일. 그런 선택을 해야한다. 내가 무언가를 선택하기 이전에 망설이는 가장 크고 거의 유일한 이유는 역시 돈이다. 지금 일을 하면서 벌 수 있는 돈, 지금 그 선택을 하지 않아서 들지 않는 부수 비용을 언제나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하기보다는 안하기가 익숙하기도 하다. 그렇게 안살려고 여기에 왔던 거라는 걸 잊지 말아야지. 돈을 펑펑 쓰고 시간을 낭비하면서도 초조해지지 않고 앞으로 더 살고싶어지는 인생을 만나기 위해서 오랜동안 살던 곳을 떠나 여기도 가보고 이 일도 해보고 저것도 배우는 중이라는 걸 잊지 말아야지. 


나를 즐겁게 만드는 건 불안이 없는 마음이 편한 상태, 누군가 소리지르고 화내는 걸 보지 않아도 되는 공간, 가능하면 혼자서 집중할 수 있는 일을 할 때, 책을 읽는 모든 순간, 불편함이 없는 좋은 소재의 색이 분명한 옷을 입는 일, 건강에 좋으면서도 맛있는 걸 먹고, 사진을 찍는 일 (좋은 카메라는 아니어도 언제든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기종의 핸드폰이나 카메라를 소지하고 있을 것), 오래된 건물을 보는 것, 수많은 초록에 둘러쌓여 있는 것, 타인과의 최소한의 거리가 지켜지는 삶, 볼펜과 일년 간 정을 붙일 수 있는 메모장, 무엇이든 너무 빨리 변하지 않는 것, 사람을 상대하는 일 (주로 말을 통해서 어떤 결과를 관철시키는 것), 동시에 말하지 않을 자유. 싸고 좋은 것 보다는 정말로 필요한 물건을 제 때에 쓸 수 있는 것, 필요없는 건 되도록 없는 공간과 삶, 하지만 필요한 건 너무 오래 고민하지 않고 살 수 있는 경제력과 결단력, 정리되지 않는 서류나 즐겨찾기가 적은 삶, 일년이 지나고 이년이 지나도 안쓰는 걸 버릴 수 있는 마음, 집 가까이 성당에 갈 수 있을 것, 가능한 한 많이 걸을 것, 서둘러서 버스나 트레인을 타야하지 않아도 되기, 또 생각이 나면 적어둬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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