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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 /다시 서울

7월 27일 한남동

김곰곰 2017. 7. 29. 01:10



경기도에 살면서 강북으로 가야하는 사람이라면 정말 수없이 지나친 동네. 지금처럼 인원수 제한이 없을 땐 버스에 낑겨 앞문이나 뒷문에 낑겨 한남대교를 지날 땐 저 밑 한강에 드러눕고 싶다고 생각하기를 수십번이었다. 강도 보이고 강북이기도 하고 생각해보면 찬찬히 걸어본 적은 없던 곳인데도 좋아할 수 있을 것 같은 곳이었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친구가 이 곳으로 작업실 겸 사무실을 옮겨서 가보았다. 오래된 집을 개조한 모던한 사무실, 넓은 책상, 편한 의자, 좋은 책과 그릇들, 식물들. 그녀의 단정한 취향이 잘 스며있는 공간이었다.

우리는 오랜만에 만났고 처음엔 안부를 물으면서 다른 사람들이 사는 이야기를 많이했다. 친구는 무슨 이야기가 하고 싶었을까? 공백을 두고 조금 더 들어도 좋았을텐데. 돌고 돌아서 우리는 최근에 서로가 생각하는 것에 대해서 이야기할 수 있었다. 내가 생각하는 우리 둘이 가진 공통분모는 평범 안에 있는 무언가, 하지만 남들에게는 쉬이 보이지 않는 밋밋함 같은 것. 그리고 성실하고 목소리가 크지 않은 것. 누군가에게 강요하거나 권하기보다는 듣는 쪽이다. 그래서 그런지 원하는 건 최소한의 것들을 가지는 것. 그런 우리가 벽에 부딪쳤을 때 새로운 걸 향해 많은 걸 보고 듣고 사고 먹고 소비하는 것이 가능할까? 생각해보면 우리는 언제나 새롭기보다는 일관된 것을 추구해왔던 것 같은데. 좋아하는 것의 스펙트럼을 조금씩 더 넓혀가거나 계속해서 깊어지는 쪽. 그런데 그게 이미 우리의 것이 아니게 되어버렸다. 그런 것도 우리랑 다른 사람도 소비하니까. 무언가를 배우고 새로 만들어보고 티가 나게 바쁘고 소란스러운 걸 우리가 잘 하려나? 모르겠다.

어디서 무엇을 하더라도 우리가 오래 손을 놀리고 머리를 쓰면서 비슷한 이야기를 하면서 늙는 친구가 된다면 그걸로 좋고, 그때 고민했던 것의 답이 이거야! 하고 둘 중 한 명이라도 찾을 수 있다면 더 좋을테고. 나의 경우는 여전히 하고 싶은 건 모르겠고 하기 싫은 건 소거할 수 있게 됐고 잘 할 수 있는 것도 알게 됐다. 누군가에게 내가 앞으로 어떻게 살고 싶은지, 살건지 설명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누구나 묻는다. 생각해보면 그런 걸 물어올까봐 조급하게 다른 사람의 말을 많이 했었는지도 모르겠다. 아직도 나의 에너지는 75% 정도. 더 채워질런지 아니면 늘 이 정도가 나의 삶에 적당한 걸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