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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까지는 날이 덥다가 밤에는 비가 오고 날이 변덕이라 먹은 게 잘못됐는지 신랑이 크게 아파서 오늘은 병원에 가서 수액을 맞고 왔다. 처음으로 얼굴이 새하얗게 질리고 걸을 힘도 없어 하는 모습을 보고 어찌나 놀라고 마음이 아프던지. 나는 언제나 골골 거리지만 신랑은 꾀병이 없는 사람이라 정말 놀랐다. 힘이 없어서 안가겠다는 걸 끌고 병원에 다녀오길 정말 잘한 것 같다. 수액 두 개나 맞고 저녁엔 흰죽까지 먹었으니까. 죽을 먹었는데도 탈이 안나서 밤을 무사히 넘기지 싶다.



병원에 다녀와서 힘 없어서 잠든 서방을 두고 운전면허 필기 공부를 했다. 오랜만에 하는 공부 비슷한 거라 그런지 한국어도 왜 이리 이해가 안가는지 모르겠다. 지금과 같은 인지 상태라면 대학 생활이 너무 너무 괴로웠을 듯 하다. 운전면허 시험보다 더 이상하게 조합된 법 조문을 읽는 게 아니라 해석 해야했을 테니까. 아무래도 공부하거나 사고하는 연습을 꾸준히 해야할 것 같다. 이러다가는 정말 뇌가 순수해져버릴 지도. 아무튼! 나의 두번째 필기 시험이었다. 체감이 아니라 문제군도 기존의 730개에서 1,000개로 늘어났고 종이가 아니라 컴퓨터를 이용하고 영상을 보고 사진을 보는 문제들까지 다양해져서 운전에 관심이 있거나 센스가 있는 사람이라면 몰라도 나같은 사람에게는 전처럼 공부를 아예 안하고는 볼 수 없는 시험이 되어버린 것 같았다. 학원에서도 책을 줘서 한 두장 정도 풀다가 시험도 컴퓨터로 본다니 앱으로 하는 게 낫겠다 싶어서 운전면허 plus 라는 앱으로 답이랑 문제를 같이 보고 랜덤으로 모의고사를 두번 정도 풀어봤다. 운전 자체에 관심이나 센스도 없고 어렵게만 느껴져서 적어도 한번은 다 보고 가고 싶었는데 1,000 문제나 되서 4지 1답 유형을 70% 정도, 안전표지하고 사진형을 80% 정도 풀어보고는 일독하고 시험 보려면 다음 주가 넘어갈 듯 싶었다. 그래서 모의고사를 두 번 풀어보고 70점 후반으로 통과하기에 상식과 운에 맡기고 신랑이 잠 자는 틈에 시험을 보러 다녀왔다.

참고로 운전면허학원에서 안전교육을 받은 사람은 3*4 사이즈 사진 3장을 들고 16:30까지 시험장으로 바로 가면 된다. 안내 데스크에 가서 원서를 받아 작성하고 신체검사실로 가서 결제를 하고 시력검사를 하면 끝. 번호표를 뽑고 기다리고 있는데 대기인원이 80명. 혹시나 공무원 스럽게 일하면 내가 늦게 온 죄로 눈 앞에서 필기 시험도 못보고 집에 가는건 아닐까 걱정하던 찰나! 필기 시험은 입장은 5시가 마지막인지 기존 번호표를 무시하고 2창구를 필기 전용으로 만들어 일 처리를 해주셨다. 후다닥 줄을 서서 3번째로 접수를 마치고 4층으로 올라갔다. 다섯시가 되려면 20분 정도 남아서 두 번 정도 더 모의고사를 풀고 볼 수도 있었지만 얼른 끝내고 싶은 마음에 무작정 시험을 응시하러 들어가버렸다. 시험 시간은 40분 이지만 각 컴퓨터 별로 세팅이 되어있어서 들고 날고가 자유로운 시험장이었다. 번호를 지정해주시면 화면을 통해 본인 확인을 하고 본인 페이스에 맞게 문제를 풀면 된다. 첫 문제를 보자마자 정말로 떨어지는 건 아닐까, 집에 가고싶어했던 5분 전의 나에게 실망해버렸다. 운전면허 필기 떨어지는 사람은 어떤 의미로 대단한 사람이라고 하던데 나 그렇게 되는건 아닐까? 하고 T_T 운이 없었던건지 공부했던 부분에서 거의 문제가 안나와서 차분하게 풀 었다. 20분 정도 지나고 40문제를 다 풀었지만 단박에 시험 종료 버튼을 누를 수가 없었다. 그래서 맨 처음 문제로 돌아가서 다시 한번 더 읽고 풀었다. 정말 모르는 건 포기하고 헷갈리는 건 다시 한번 꼼꼼히 읽으면서 고친 문제가 몇 개 있었다. 시험을 보는 중에 다음 문제를 눌러도 안넘어가고 버퍼링이 있었는데 그 과정에서 답이 잘못 눌린 것도 있어서 아마도 두 번 보지 않았으면 정말 떨어졌을지도 모른다. 두 번 보고 나서도 시간은 남았다. 40분을 모두 쓰는 사람은 거의 없는 듯. 이제는 또 보면 더 헷갈릴 것 같아서 종료 버튼을 클릭하니 바로 점수가 뿅. 다행히 무난한 점수로 합격하고 도장 쾅 받고 기분 좋게 집으로 왔다. 아쉬운 건 뭘 맞추고 틀렸는지 알고 싶지만 1,000 문제 중에 찾을 수 없어서 앞으로 운전하면서 깨달을 수 밖에. 이제 진짜 운전만 남았는데 그때랑 다르게 제발 조금의 감이라도 생겨서 이번엔 면허도 따고 앞으로는 운전도 하고 다닐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