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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나를 싫어했었고 내가 화의 근원이고 어머니의 생을 망치고 있다고 말하고 있었는데 어떻게 내가 건강해지라고 기도한단 말이야? 사람들은 정말로 모순 덩어리지?
/p50
전에는 생이 투명하고 공개적이고 슈타인의 말처럼 언제나 감독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우리는 밝은 대낮의 햇빛 속을 똑바로 곧을 길을 걸어갈 수 있고,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 바라는 것을 모두 사람들을 향해서 큰 소리로 말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 (중략) 그러나 이런 궤도가 하나밖에 없는 생을 가지고는 발전해나갈 수가 없는 거야. 나는 이제는 우리가 거짓말을 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
/p60-61
그래, 하고 나는 아직도 경악에 사로잡힌 채 말했다. 너는 강하니까 생은 너에게는 그런 걸 허가할 수 있을 것이지만 다른 여자라면……
나는 다른 여자가 아니야.
/p63
우리가 어떻게 남을 알 수가 있단 말이야! 우리는 자기 자신에 관해서조차도 아무것도 모르니까. 그리고 우리가 알았다고 생각하면 할수록 더 몰라지는 거야.
그리고 인생은 끝없는 풀밭이 아니라 그 속에서 우리가 최선을 다해야 하는 네 개의 벽이 있는 공간이야.
/p71
끔찍한 일이야. 여기에는 법칙이 있고 저기에는 생이 있다는 것은.
/p72
다른 사람은 보아도 모르지만 우리 자신은 잘 알고 있는 변화인 것이야. 우리는 이렇게도 될 수 있고 또 전연 다르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느끼게 돼. 우리는 변신할 수 있고 자기 자신과 유희할 수 있어. 책을 읽었을 때 우리는 책 속에 있는 이 사람 또는 저 사람과 같다는 것을
알게 돼. 그리고 다음 책을 읽었을 때는 또 다른 모습과 같은 걸 알게 돼. 이렇게 끝없이 계속되곤 해. 사람은 몸을 굽히고 자기 자신 속을
들여다보면 몇백 개의 나를 볼 수가 있는데 그 중의 하나도 참 자기가 아니야. 아마 그 몇백 개를 다 합치면 정말 자기일지도 모르지.
아무것도 아직 결정되지 않았어.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것이 될 수 있다고 적어도 믿고 있어. 그렇지만 우리는 이 수많은 자기
중에서 다만 하나만, 미리 정해진 특정의 하나만을 택할 수 있을 뿐이야.
/p79-80
내 시가 나쁘다면, 정말로 나쁘다면, 형식에 있어서뿐 아니라 내용에서도 감상적이고 싸구려라면 틀림없이 내 속에서도 감상적인 요소와 싸구려의 경향이 있다고 볼 수 있는 거야. 우리는 자기가 쓴 글과 똑같은 거야. 그걸 분리시킬 수는 없어.
/p122
나는 다르게 살고 싶지 않아. 그리고 아무와도 나를 바꾸고 싶지 않아.
/p124
-
생의 한가운데Mitte Des Lebens (1950)
루이제 린저Luise Rinser (전혜린 옮김)
문예출판사 1998 / 제2판 제1쇄
-
윤재가 접은 책의 모서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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